개포 재건축현장 양대노총 갈등 장기화…"정부 중재 나서야"

입력 2019-05-19 07:35
개포 재건축현장 양대노총 갈등 장기화…"정부 중재 나서야"

서로 "우리 조합원 고용하라"…주민들 "매일 새벽부터 집회에 불편" 호소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서울 강남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양대 노총이 각자 소속 조합원들을 고용하라며 집회를 여는 등 힘겨루기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며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 갈등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집회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불편이 날로 커지면서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강남 개포 8단지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업체 측에 소속 조합원 추가 고용을 촉구하며 최근 평일 오전 5시30분부터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장 주변에서는 '단결 투쟁'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남색 조끼를 입은 채 모여 있는 조합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인근 도로에는 매일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고 경력도 배치돼 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매일 아침 같은 현장에 나온다. 이들은 출근 목적으로 나오지만 민주노총과의 갈등으로 실제 작업에는 투입되지는 않고 대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도 이곳에서 종종 집회를 열기도 한다.

지난 13일에도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00여명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양대 노총의 기싸움은 지난달 23일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집회를 여는 것은 자신들의 조합원에게 일자리를 더 달라고 건설업체에 촉구하기 위해서다.

현재 개포 8단지 재건축 현장은 터파기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철골을 올리는 작업을 앞둔 상태다.

민주노총 조합원 15명이 이미 시공에 참여한 상태에서 최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철골작업에 투입되기 위해 안전교육을 받자 민주노총 측이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현장 투입을 저지하면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두 노총 측은 "철골작업 때 조합원이 얼마나 투입되느냐에 따라 다음 공정에서도 소속 조합원 고용 인원이 달라질 수 있다"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기싸움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9일에는 두 노총이 함께 집회를 열었다가 충돌해 13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이 대립하는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가 부진해지면서 일자리가 줄어든 여파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양대 노총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하고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도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개포 8단지 주변 아파트에는 집회 소음에 불만을 표시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인근 주민 김모(70) 씨는 "집회가 길어지면서 그러려니 하는 면이 있지만, 새벽부터 마이크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깬 적이 많았다"며 "서로 한발씩만 양보해 집회를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보이지 않는 만큼 정부가 나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양대 노총 갈등으로 비조합원 일자리가 줄고 건설업체도 숙련된 인력을 고용하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부가 현장 근로감독 등으로 갈등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행정조치를 하거나 협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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