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동맹' 소개한 文대통령…지역주의 넘어선 화해·통합 강조
5·18 기념식서 '분열의 정치' 비판하며 언급…연대·포용 역설
이념·지역의 '상생협력 모델' 제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대구와 광주의 상생을 도모하는 '달빛동맹'의 의의를 강조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18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오늘부터 228번 시내버스가 5월의 주요 사적지인 주남마을과 전남대병원, 옛 전남도청과 5·18 기록관을 운행한다"고 말했다.
228번은 대구 2·28 민주운동을 상징하는 번호다. 2·28 민주운동은 지난 1960년 2월 28일 대구지역 8개 고교 재학생 등이 자유당의 부패와 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으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광주의 228번 시내버스 운행에 맞춰 대구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518번 시내버스를 운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은 '달빛동맹'을 맺었고 정의와 민주주의로 결속했다"며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달빛동맹'을 강조한 것은 5·18을 두고 이념에 따른 갈등 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치적 지향과 지역주의를 넘어서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고질적인 지역주의 타파'를 정치쇄신의 목표 중 하나로 강조해 왔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슈가 된 '막말 논란'에 더해 일부 극우단체는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5·18을 둘러싼 갈등 양상이 이념을 넘어 지역적으로도 퍼지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민주주의 정착의 결정적 역할을 한 5·18이 이념·지역 갈등의 소재가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신군부에 대한 내란죄 판결 등을 언급하며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국민적 합의를 이뤘고 법률적 정리까지 마쳐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로 5·18로 인한 갈등은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역설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달빛동맹'은 지역주의 청산의 모범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대구와 광주, 나아가 영호남의 상생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인, 농업인, 청소년 등 세대와 분야, 계층을 아우르는 교류가 이뤄지면서 두 도시가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이 문제가 됐을 때 같은 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권 시장의 사과를 언급하면서 참석자들의 박수까지 끌어낸 것은 결국 진영과 지역을 넘어서서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대구와 광주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며 '달빛동맹'의 정신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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