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주택가, 반(反)난민 부총리 비판 현수막으로 '넘실'
북부에서 비판 현수막 강제 철거하자 성난 민심 폭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지지세를 급속히 불려 온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발코니 현수막 시위'라는 복병을 만났다.
1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곳곳의 주택가와 사무실의 발코니에 살비니 부총리를 겨냥한 비판 현수막이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발단은 이번주 초 북부 베르가모의 한 가정집에 걸린 살비니 부총리 비판 현수막이 사다리차를 동원한 소방관들에 의해 강제로 철거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지면서다.
살비니 부총리가 자신의 주무 부처인 내무부가 관장하는 소방관, 경찰관을 시켜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반발이 소셜미디어 상에 분출하면서, 강경 난민 정책 등 그의 평소 정책에 반대해 온 성난 시민들이 행동에 나선 것.
16일 살비니 부총리가 치안 관련 회의차 찾은 남부 나폴리에서도 '살비니는 집으로', '나폴리는 당신을 거부한다', '인종차별주의자 살비니'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넘실댔다.
한 나폴리 시민은 살비니 부총리가 과거에 남부인들을 멸시해온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음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집에 '시골뜨기는 결코 잊지 않았다'는 글귀를 쓴 현수막을 설치했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정당 '동맹'은 산업이 발달한 북부의 분리 독립을 기치로 내걸고 '북부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작년 총선 전까지 활동한 바 있다.
그는 북부동맹 시절에 남부인들을 북부의 성과에 무임승차하는 게으른 족속이라고 공공연히 비하한 바 있다.
또 다른 가정집 발코니에는 '언제 일하러 가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눈길을 끌었다. 이는 그가 선거 유세 등 개인적인 일로 관용 항공기를 전용했으며, 취임 후 내무부 청사로는 몇 번 출근하지 않는 등 본업을 소홀히 했다고 폭로한 일간 라레푸블리카의 보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살비니가 지난 15일 유럽의회 선거와 현지 지방선거 유세를 위해 방문한 중부 캄포바소에서도 그를 공격하는 현수막 약 200개가 내걸리는 등 이번 현수막 시위는 북부, 중부, 남부를 가릴 것 없이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살비니는 소셜미디어에 "일부 현수막이 나를 조롱하고 있다. (나를)가장 잘 비꼰 사람에게 커피를 살 것"이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나폴리에서는 살비니의 방문에 반대하는 주민 수백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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