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노조 조합활동 위축 우려로 분할반대에 '사활'
분할 후 단협 승계에 대한 불신으로 파업 참여율 높아
주총 때 갈등 최고조 이를 듯…회사 "적법한 주총 방해 옳지 않아"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인분할)을 앞두고 노조가 벌인 파업 집회에 근래 들어 최대 규모가 참석하는 등 반대 분위기가 만만찮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때 간부급 파업만 벌이던 것과 달리 전 조합원 부분파업에 돌입하고 전면파업을 결의하는 등 투쟁 수위를 바싹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노조가 대우조선 인수 결정 때보다 물적분할 반대에 더 사활을 건 이유는 뭘까.
물적분할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대우조선 인수 여부와 별개로 물적분할 효력이 그 즉시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면 산업은행과 맺은 계약상 물적분할이 선결 조건이다.
이후 절차인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와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관련 국가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해도 물적분할 효력은 유지된다.
즉, 대우조선 인수 완료 여부와 상관없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이자 신설 생산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된다.
이때 기존 현대중공업 소속 노동자들은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소속이 바뀌게 된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단체협약 승계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또 물적분할 이후 생산법인인 신설 현대중공업 이윤이 중간지주회사로 귀속되고 부채는 떠안게 돼 구조조정이 시행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박근태 노조 지부장은 "사측 세부 분할계획서를 받아보니, 단협에 대한 아무런 내용이 없다"며 "노조가 30여년간 투쟁으로 만들어온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물적분할 동의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협약이 노동자 고용과 임금, 수당, 월차, 휴가 등 사항을 담고 있다 보니 대우조선 인수 계약 체결 때의 반대 움직임보다 조합원 반발 분위기가 더 크다.
지난 16일 노조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벌인 부분파업 집회에 조합원 2천명가량이 참가했는데, 노조에선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20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던 2014년 11월 참여 인원에 버금가는 규모로 보고 있다.
노조는 이날을 시작으로 18일에도 4시간 파업했고 오는 21일까지 부분파업을 이어간다.
오는 22일에는 전면파업하고 서울 투쟁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노조 투쟁 수위가 법 테두리를 벗어나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2월 조선·해양·엔진, 일렉트릭. 건설기계, 로보틱스로 사업 분할하는 과정에서도 노조가 임시 주주총회 저지를 시도해 조합원, 회사 진행요원, 경찰 간에 밀고 당기는 등 충돌이 빚어져 3명이 다치고, 4명이 연행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적분할을 승인하는 이달 31일 임시 주총에선 이전보다 더 큰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지역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파업이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법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파업 참여자에겐 인사 조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경고장을 보냈다.
회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최되는 주주총회 저지를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손실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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