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직원들 노조가입 이유로 대리점 폐쇄 사주"(종합)
금속노조 "불이익 감수한 자발적 폐업 불가능"…고용승계·직접고용 촉구
현대차 "대리점과는 위탁판매 계약관계…인사·고용 문제 개입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은 현대차그룹이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이유로 대리점을 기습적으로 폐쇄했다면서, 폐쇄된 대리점 직원들의 고용 승계와 비정규직 판매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월 충남 당진 신평 대리점에서 직원 7명이 노조에 가입하자 대리점주가 지난 9일 기습적으로 폐업 조치했다"며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대리점을 폐쇄하면 불이익이 상당한데도 전격적으로 폐업한 것은 원청의 기획과 지시가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신평 대리점주는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이달 말 대리점을 폐업하겠다고 협박했다. 이후에도 직원들이 노조를 탈퇴하지 않자 8일까지 정상 영업하다가 하루 만에 갑자기 폐업을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신평 대리점이 폐업할 경영상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노조는 안 된다는 이유뿐"이라며 "이로 인해 20년간 근무한 7명의 노동자와 가족 30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현대차와 신평 대리점의 계약 기간은 내년 8월까지로, 계약만료 전 대리점 폐쇄는 원청에 대한 보증금, 위약금, 담보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기간도 오래 걸리고 불이익이 상당하다"며 본사의 노조 탄압에 따른 지시가 폐점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너희들이 나한테 알리지 않고 노조에 가입했으니 나도 마음대로 폐업한다'는 대리점주의 발언은 이 같은 정황을 대변한다"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재벌의 기획 폐업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평 대리점 직원들은 관례대로 폐업 대리점의 노동자를 인근 대리점이 고용 승계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금속노조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재벌의 기획 폐업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신평 대리점 폐업이 노조 탄압 목적이 아니라 경영상 이유라면 현대차그룹은 판매대리점 폐업 시 항상 그랬듯 인근 대리점으로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고 불법파견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판매 비정규직 직접 고용을 위한 계획을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회사와 판매대리점은 위탁 판매 계약 관계로, 대리점주와 대리점 직원 간 인사·고용 문제에 회사가 개입할 수 없다"며 "해당 문제는 대리점주와 대리점 직원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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