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견 비극 또 없도록…동물실험윤리위 인원제한 철폐 검토

입력 2019-05-21 06:05
사역견 비극 또 없도록…동물실험윤리위 인원제한 철폐 검토

농식품부, 전문위원 도입 등 윤리위 강화 방안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최근 은퇴 사역견 '메이'를 대상으로 한 서울대 동물실험이 사회적 파문을 몰고 온 가운데 '제2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1일 관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제도의 실효성을 보강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고, 그 초안을 회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윤리위 인원 제한 철폐 ▲윤리위 산하에 사전 검토하는 전문위원 도입 ▲위원회 행정력 보강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실험윤리위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실험 시행기관에 설치된다. 해당 기관이 하는 동물실험의 계획을 사전에 심의한다. 3∼15명의 윤리위원으로 구성되며 실험 시행기관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3분의 1 이상 포함돼야 한다.

윤리위는 2007년 1월 동물보호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2008년 1월부터 동물실험 수행기관에 반드시 설치·운영되도록 의무화됐다.

지난 2017년 기준 384개 기관에 동물실험윤리위가 있다. '메이' 실험이 실시된 서울대에도 동물실험윤리위가 구성돼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메이 건은 서울대 자체 조사 결과 동물실험윤리위에 보고조차 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윤리위의 역할이나 실효성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면서도 "동물보호단체 등으로부터 윤리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에 그러한 방향으로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학계 일각과 동물보호단체들은 3∼15명에 불과한 윤리위원들이 한 대학의 전체 실험을 꼼꼼히 심사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특히 윤리위가 동물실험 수행기관 내 기구로 설치되는 것은 사실상 '셀프 심의'를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를 해왔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서울대에서는 윤리위가 한 해에 1천400건에 달하는 실험계획서를 심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실험을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하루에 3.8건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대 윤리위의 행정 인력으로는 비전문 간사 1명이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윤리위의 인원 제한 규정을 없애 서울대처럼 많은 실험을 수행하는 학교에는 더 많은 인원이 윤리위에 배정된다면 더 충실한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이 사전에 사안을 검토하면 검토의 내실화를 꾀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장을 지내고 현재 한국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은 박재학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동물보호에 대한 시민 의식이 성장해 동물실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연구자들은 동물실험계획서를 대상으로 한 심사 절차에 불편함을 느낀다"며 "동물실험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인류 건강과 복지에 도움이 되게끔 생명윤리의 가치를 지켜나가려면 윤리위가 제대로 기능해 국민에게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윤리위는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기관 내에서도, 외부에서도 독립성을 침해받으면 안 되기에 법적 보장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실험동물의학에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임수의사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부 과제는 국가동물실험윤리위를 두고, 이곳에서 종합적으로 심의를 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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