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클럽 통학차량 기사는 축구코치…사고 부른 '1인 2역'

입력 2019-05-17 10:50
수정 2019-05-17 10:53
축구클럽 통학차량 기사는 축구코치…사고 부른 '1인 2역'

수강생 350명에 코치 5명…축구수업 외 차량운전까지 맡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사설 축구클럽의 통학용 승합차를 몰다가 신호위반으로 초등학생 등 8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는 해당 축구클럽에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코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축구 수업과 통학 차량 운전까지 도맡아 한 코치가 빨리 초등생들을 귀가시키려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초등생 2명이 숨지고 대학생 행인 등 6명이 다친 충돌 사고를 낸 승합차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한 상가에 본점을 둔 모 사설 축구클럽 소속 통학 차량이다.

이 축구클럽은 5세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을 대상으로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곳이다. 최근까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합쳐 350명가량이 이곳에 다녔다.

이들 중에는 전문적으로 축구를 배우는 선수반 학생 40∼50명가량도 포함됐다. 또 성인 15명도 수강하며 취미로 축구를 배웠다.

그러나 많은 수강생에 비해 이 축구클럽 소속 코치는 고작 5명뿐이었다.

축구클럽 측이 통학용 승합차를 운행할 운전기사는 별도로 두지 않음에 따라 코치 5명이 번갈아 가며 차량 운전 업무까지 했다.

경찰 확인 결과 이번 사고를 낸 스타렉스 승합차 운전자 A(24)씨도 축구클럽 소속 코치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7시 58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다가 신호를 위반해 카니발 승합차와 충돌했다.

그는 이 사고로 차량에 탄 B(8)군 등 초등생 2명을 숨지게 하고 대학생 행인(20·여) 등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평소에도 코치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 통학 차량을 운전했다"며 "정지 신호에 차량이 걸려 늦으면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한테서 전화가 오기 때문에 빨리 데려주려다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축구클럽은 코치가 통학 차량 기사까지 1인 2역을 하는 곳이었다"며 "빨리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자기 일을 또 봐야 해 급하게 차량을 몰다가 신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축구클럽뿐 아니라 동네 곳곳에 있는 소규모 태권도 학원도 통상 관장이 통학 차량 운전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 한 태권도 도장에 초등생 저학년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39·여)는 "아파트 입구에 학원 차량이 도착하면 운전석에서 도복을 입은 관장이 내려 뒤쪽 차량 문을 열고 아이를 하차시켜 준다"며 "뒷좌석에 동승자가 없어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학원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학원이 아니면 보통 운전기사를 따로 두는 게 쉽지 않다"며 "운영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려고 이번 사고처럼 직원에게 통학 차량 운전까지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입건한 스타렉스 승합차 운전자 A씨의 구속영장을 다음 주께 신청할 방침이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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