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대 '해피벌룬' 유통 조직 적발…문자 광고·배달서비스

입력 2019-05-17 12:00
수정 2019-07-11 15:17
강남 일대 '해피벌룬' 유통 조직 적발…문자 광고·배달서비스

경찰, 환각 작용 아산화질소 불법유통업자 12명·흡입자 83명 검찰 송치

미성년자·대학생·군인·BJ·은퇴 축구선수도…200여차례 구매자도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환각 작용을 일으켜 일명 '해피벌룬'으로 불리는 아산화질소를 불법 유통한 일당과 이를 흡입한 구매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유통업자 김 모(34)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회사 운영과 배송 업무를 맡은 9명 등 총 12명을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 등에게서 아산화질소를 구매해 흡입한 혐의로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인 '아레나'에서 일한 DJ 장 모(29) 씨 등 83명도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7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입업체로부터 아산화질소를 사들인 뒤 약 25억원어치를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 등은 불특정 다수에게 휴대전화 문자 광고 메시지를 보낸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에게 아산화질소 캡슐을 배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산화질소를) 휘핑크림을 만드는 용도 외 흡입이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위장' 문자를 보내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안내지만 '흡입'이라는 단어를 보고 연락을 하거나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만을 선별해 거래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서울 강남 일대의 유명 클럽, 주점을 돌아다니며 클럽 MD(영업사원), 유흥업소 직원들과 친분을 쌓은 뒤 고객 명단을 받아 이런 광고 문자를 보내온 것으로 파악됐다.



아산화질소를 구매해 흡입한 이들은 대부분 20∼30대였다.

흡입자 중에는 은퇴한 축구선수를 비롯해 온라인 방송 진행자(BJ), 피팅 모델, 군인, 대학생, 10대 미성년자도 포함됐다.

특히 한 20대 여성은 2018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204번 아산화질소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8g짜리 캡슐 3만2천300개를 사들인 셈인데, 송금액만 1천990만원에 달했다.

상습 흡입자 중에는 순환·호흡계통에 이상 증상을 보인 경우도 있었고, 신경계통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을 진단받은 이도 4명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 결과 김씨는 과거 외국에 놀러 갔다가 이런 방식으로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는 모습을 보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은 사업자 등록만 하면 수입업체로부터 별다른 제지 없이 아산화질소를 구매할 수 있는 허점을 이용했다.

이들은 수입 가격의 2배에 아산화질소 캡슐을 일반인들에게 팔았고 약 13억원의 이익을 거둬 해외여행 경비, 수입차 구매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등은 2017년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으로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거나 이런 목적으로 소지·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된 이후 적발된 불법 유통업자 중 최대 규모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산화질소 불법 유통 및 흡입 사범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유통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해악성을 널릴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yes@yna.co.kr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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