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경남학생인권조례 세번째 좌초 위기…반전 이뤄낼까
인권위 등 호소에도 도의회 교육위 첫날 속전속결 '부결'
의장 직권 등 본회의 상정 요구…처리 가능성 있어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김선경 기자 = 경남에서 10여년 사이 세 번째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또 좌초 위기를 맞았다.
도의회 심사 첫 단계인 상임위원회에서 조례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조례안을 이틀간 심사할 예정이던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첫날 심사에서 일사천리로 표결까지 마무리해버리자 조례 찬성 측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찬성 측에선 의장 직권상정 또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해당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찬반 측 공방도 여전해 조례안의 최종 운명에 도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10개월 공들인 조례안…심사 4시간 30분 만에 '부결'
도교육청은 박종훈 교육감 재선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조례안 만들기에 착수, 그해 9월 원안을 공개하고 지난 3월 일부 내용을 수정한 뒤 지난달 조례안을 완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2008년과 2012년 시민단체와 주민이 주도한 조례안이 번번이 좌절된 이후 세 번째 제정 시도였다.
도교육청이 찬반 측 공세에 시달리며 10개월간 공들여 만든 조례안은 치열한 공방에 휩싸일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압도적 반대표에 부결됐다.
지난 15일 열린 제363회 도의회 임시회 1차 교육위원회에서 표결을 진행했더니 반대(6명)는 찬성(3명)의 2배에 달했다.
자유한국당 3명, 무소속 1명에 더해 교육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5명 중 원성일·장규석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결과였다.
당일 오후 2시 조례안 심사 시작부터 표결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 30분가량에 불과했다.
교육위원회는 15일 아침까지만 해도 이틀간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찬반 입장이 서로 확고한 상황에서 소모적 논쟁이 이어질 것을 우려, 하루 만에 마무리하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서울 등 4개 시·도교육감을 비롯해 국가인권위원장까지 나서서 조례 제정을 촉구했지만 정작 도의회에서는 제대로 된 공방도 없이 속전속결 부결된 셈이다.
부결 소식을 접한 도교육청과 찬성 측 시민단체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조례안이 전체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시 한번 심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희 촛불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학생인권조례를 바라는 시민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며 "제정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측 전명호 김해동성애대책연합 대표는 "편향된 인권 가치로 교육 목적이 상실될 것을 우려한 도민은 조례안 부결을 크게 환영한다"며 "또다시 경남을 갈등과 논쟁으로 이끄는 행태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본회의 상정 가능성 남아…실현 여부는 '미지수'
박종훈 교육감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임시회 기간 본회의 상정을 통해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상임위 단계에서 부결된 조례안이라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본회의 상정을 시도할 수 있는 우회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69조를 보면 위원회에서 폐기된 의안이더라도 폐기 사실이 본회의에 보고된 날부터 폐회나 휴회 기간을 제외한 7일 안에 의장이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즉, 의장 직권으로 상정하거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인 20명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론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의장 직권 상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차가 크다.
찬반 논란이 극심한 사안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실제 김지수 의장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도의회는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상임위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 도의회 66년 역사상 직권 상정 의안은 마창진(마산·창원·진해) 통합 관련 조례 1번뿐"이라며 직권 상정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직권 상정은 대단히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부분인데 이 조례안이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의안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에 의한 본회의 상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의원 정당별 분포를 보면 총 58명 중 민주당 34명, 한국당 21명, 무소속 2명, 정의당 1명이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조례안 제정을 둘러싼 당내 의견이 한쪽으로 모이지 않아 앞서 당론 채택도 불발된 만큼 20명이 모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조례 찬성 의원 일부는 본회의 상정을 위한 요구서 제출을 위해 물밑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인권조례안이 극적으로 본회의 상정 기회를 얻는다면 조례안 부결 사실이 본회의에 보고될 오는 24일 또는 6월 정례회, 7월 임시회 안에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도의회는 '본회의에 보고된 날부터 폐회나 휴회 기간을 제외한 7일 이내 (중략) 그 의안을 본회의에 부쳐야 한다'는 규정과 관련, 보고 당일이 첫날로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행정자치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보고 당일이 첫날로 포함된다면 이번 회기 마지막 날인 24일에도 상정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6월 정례회나 7월 임시회 때까지 상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의원 6명의 반대로 세 번째 불발된 학생인권조례안의 꺼져가는 불씨를 도의회가 되살릴 수 있을지는 늦어도 오는 7월 안으로 결정된다.
조례안은 반성문을 금지하되 회복적 성찰문 등 대안적 지도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고, 비폭력·평화적이라는 전제하에 표현·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교육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를 허용한다는 조항 등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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