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2명 사망 축구클럽 통학차량…'세림이법' 사각지대
축구클럽, 구청에 서비스업 등록…세림이법 적용 대상 아냐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홍현기 기자 = 초등학생 2명이 숨지고 행인 등 6명이 다친 사고를 낸 인천 사설 축구클럽 승합차는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 규정을 강화한 이른바 '세림이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축구클럽이 관할 지자체나 교육청에 체육시설이나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서비스업으로 신고함에 따라 해당 승합차가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버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16일 인천 연수경찰서와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58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앞 사거리 교차로 한가운데에서 인천 모 사설 축구클럽의 통학용 스타렉스 승합차와 카니발 승합차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스타렉스 승합차에 타고 있던 A(8)군 등 초등생 2명이 숨지고 카니발 승합차 운전자 B(48·여)씨 등 6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축구클럽 통학용 차량인 스타렉스 승합차에는 A군 등 8∼11살 초등생 5명과 운전자 C(24)씨 등 모두 6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인 '세림이법'이 규정한 보호자는 이 승합차에 동승하지 않았다.
또 구조 당시 A군 등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는 구급대원의 진술도 나왔다.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김세림(당시 3세) 양이 통학 차량에 치여 숨진 것을 계기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인 세림이법은 2015년 1월부터 시행됐다.
개정 도로교통법 제53조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자는 통학버스에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울 때는 보호자를 함께 태워야 한다.
동승한 보호자는 어린이나 영유아가 승차하거나 하차할 때 차량에서 내려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차량이 운행 중일 때는 어린이나 영유아가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스타렉스 승합차는 관할 경찰에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돼 있지 않았다.
해당 차량을 운영한 사설 축구클럽 관계자도 경찰에서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 대상이 아니라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도로교통법상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시설에서 사용 중인 차량인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자는 미리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고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승합차는 경찰에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돼 있지 않았다"며 "관할 구청과 교육청에도 확인해보니 승합차를 운영한 축구클럽이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학원이나 체육시설로도 등록이 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축구클럽은 영업을 시작할 당시 관할 구청인 인천시 연수구에 '자유업종'인 서비스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스타렉스 승합차 C(24)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입건했지만 세림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스타렉스 승합차는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 규정을 강화한 세림이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이와 유사한 사례가 또 있을 수 있지만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단속해 적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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