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시기 강제노동 이용 뭐가 잘못?"…獨제과업체 상속녀 사과

입력 2019-05-16 11:00
"나치 시기 강제노동 이용 뭐가 잘못?"…獨제과업체 상속녀 사과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독일의 유명 제과업체 상속녀가 제2차 세계대전 나치 통치 시기 이 회사가 강제노동을 이용한 데 대해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사과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독일의 가장 유명한 비스킷 중 하나인 '초코 라이프니츠'의 제조사인 '발젠'의 상속녀 페레나 발젠(25)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경솔한 대응으로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실수였다"면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발젠이 최근 한 행사에서 한 발언으로 시작됐다. 그는 당시 "나는 자본주의자다. 나는 발젠의 4분의 1을 소유하고 있고, 그것은 굉장한 일이다. 나는 요트 같은 것들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자신의 부(富)에 대해 이처럼 가볍게 말한 것은 강제로 동원된 노동자들을 착취한 이 회사의 과거에 무감각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회사는 1943∼1945년 200명의 강제 동원 노동자들을 고용한 과거가 있다. 이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나치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에서 온 여성들이었다.

그러나 발젠은 전날 독일 일간지 '빌트' 인터뷰에서 이 같은 비판에 대한 질문에 "그것은 내 시대 이전의 일이고 우리는 강제 동원 노동자들에게 독일 근로자들과 똑같이 지불했다. 우리는 그들을 잘 대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는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독일 각계에서는 역사를 망각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독일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의 라르스 클링바일 사무총장은 "이 같은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사람은 책임 또한 상속받으며 그렇게 거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역사가인 펠릭스 보어도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발젠이 회사의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회사의 역사적인 책임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역사의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발젠은 이날 성명에서 회사의 역사에 대해 더 배울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미래 세대로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 책임이 있다"면서 "내가 마음에 상처를 준 모든 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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