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린이 난민 8명, 교황차 타고 '함박웃음'
프란치스코 교황, 난민 아동들 '포프 모빌'에 태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를 건너 최근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프리카 난민 어린이 8명이 '포프 모빌'에 탑승해 함박웃음을 지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 앞서 자신의 전용차 뒷자리에 최근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온 난민 어린이 8명을 태웠다.
내전이 할퀸 시리아, 나이지리아, 콩고 출신의 이들 아동은 지붕이 없는 흰색 지프 차량인 교황 전용 차량이 광장을 행진할 때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교황과 헤어질 때는 따뜻하게 포옹하고, 셀피를 찍으며 작별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한 교황에게 자신들의 서명과 '프란치스코 교황, 고마워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붉은 하트 모양의 대형 플래카드를 선물로 전달했다.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포프 모빌에 탄 아동들 가운데 일부는 수 개월 전 배편으로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에 들어왔다.
나머지는 분쟁 지역 난민들을 비행기 편으로 이탈리아에 데려오는 이탈리아 외무부의 '인도적 통로'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현재 로마 인근에 있는 가톨릭 쉼터에 수용돼 민간 자선 단체의 돌봄을 받고 있다고 지소티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슬하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출생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재위 이래 선진국이 전쟁, 기아 등의 이유로 본국을 등진 이민자나 난민들을 따뜻하게 수용할 것을 일관되게 촉구해 왔다.
교황은 아프리카·중동을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 행렬이 이어지며 지중해 난민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직후인 2016년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방문했을 때에는 현지 난민촌에서 생활하던 시리아 난민 10여명을 귀국편 비행기에 태워 교황청에 데려온 바 있다.
교황의 이런 친(親)난민 행보는 작년 6월 출범한 이후 민간 난민 구조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하는 등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와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교황의 측근으로 교황청 자선소를 이끄는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불법 논란을 무릅쓰고, 지난 11일 노숙자와 난민 등 400여 명이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국가 소유 건물 인근의 맨홀로 들어가 끊긴 전기를 직접 복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약 30만 유로(약 4억원)에 달하는 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와 수도가 끊긴 탓에 이 건물의 거주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교황의 명령으로 소외층 구호에 앞장서고 있는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주저 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경찰이 봉인해 놓은 전기 스위치를 다시 올렸다.
이에 대해, 반난민 정책의 선봉에 선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불법 거주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교황청이 밀린 전기 요금 30만 유로를 납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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