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하루 뒤 '美, 헝가리 제재 리스트' 보도

입력 2019-05-15 22:18
정상회담 하루 뒤 '美, 헝가리 제재 리스트' 보도

WSJ "오르반 총리 측근 기업인·사위 포함"…헝가리 정부 "가짜뉴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하루 뒤 미국 정부가 오르반 총리 측근들을 제재 리스트에 올려놓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오르반 총리의 측근 인사 중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제재 리스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헝가리가 회원국으로서 노력하지 않았을 때 대비책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로 검토됐다.

WSJ 보도는 13일 백악관에서 오르반 총리를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이 "터프하지만 존경받는 사람이고 이민정책에서도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이 얘기하고 있다"며 그를 칭찬한 뒤 하루 만에 나왔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설 때도 전 세계 정상 중 가장 먼저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미국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오바마 정부는 헝가리의 언론 자유 침해, 민주주의 퇴행 등을 문제 삼아 오르반 총리를 비판했다.



3연임 중인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로부터 원전 건설 지원을 받는 등 친러 성향을 보여왔다. 러시아와 대립하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와 협력하게 만들려는 미국의 전략도 계속 반대해왔다.

최근에는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도 거부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등 중국과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오르반 총리를 초청한 것을 두고 헝가리에 대한 러시아,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2년이 지나서야 오르반 총리를 만난 만큼 오르반 총리의 지지 선언이 친분을 두텁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오르반 총리의 최측근 기업인 로린츠 메자로쉬와 오르반 총리의 사위 이스트반 티보르츠가 부패 혐의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인사들의 리스트에 있다고 전했다.

WSJ 보도에 대해 헝가리 정부는 이메일에서 "근거 없는 가짜 뉴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덧붙였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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