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앞둔 검경…전직 수장 '맞불 수사' 정면충돌

입력 2019-05-15 16:47
수사권 조정 앞둔 검경…전직 수장 '맞불 수사' 정면충돌

검찰, 前경찰청장 2명 영장 청구 vs 경찰, 前검찰총장 입건

신경전 격화 양상…수사권 조정 국면에 변수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박초롱 기자 =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여론전을 펴던 검·경이 결국 서로의 전직 수장에 대한 공개수사에 나서며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불법 선거개입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등 두 명의 전직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경찰이 부하 검사의 비위 사건을 묵인한 혐의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 착수를 알리며 '맞불'을 놓고 있다.

◇ 검경, 상대 전직 수장 겨냥 수사



15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의 고발을 토대로 김 전 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총장 등은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A검사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한 뒤 이를 위조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적절한 징계 없이 무마한 혐의를 받는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19일 이 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고, 서울청은 사건을 같은 달 30일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통상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수사 기관에 서류가 접수되는 즉시 입건되는 형식임을 감안했을 때 이날 갑자기 입건 소식이 알려진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검찰 일각에서는 아직 임 부장검사와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 하는 시각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며 "김 전 검찰총장 등 4명도 직접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태국 여성을 고용해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던 박모 전 경위와 현직 경찰관 간 유착 정황을 포착하고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풍속단속계과 수서경찰서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박 전 경위는 과거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다가 '룸살롱 황제'로 불린 이경백씨에게 단속정보를 넘겨주고 1억원 이상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도주해 7년 넘게 잠적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최근 그를 검거해 현직 경찰과의 유착 정황을 조사 중이다.

경찰로서는 잊을 만했던 '아픈 곳'을 또 찔린 셈이다.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경찰관 60여명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 유착 의혹이 불거졌고, 당시 검찰은 뇌물을 상납받은 전·현직 경찰관 10여명을 적발해 기소했던 바 있다.

역으로 경찰 쪽에서는 검찰이 의도적인 '경찰 망신주기' 수사에 나서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강 전 청장 시절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박화진 현 경찰청 외사국장과 김상운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도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이들은 2016년 4월 제20대 총선 당시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친박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일각에서는 전직 경찰 수장 2명의 구속영장이 동시에 청구되고, 이들이 언론의 포토라인에 선 상황을 두고 검찰의 '의도'를 문제 삼고 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전직 청장들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사유가 있는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이를 악용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은 민주 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사건처리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공개 반박했다.

◇ 검·경 "수사권 조정과 무관" 해명에도 추이 주목

일단 검경 모두 표면적으로는 이 같은 수사들이 수사권 조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양쪽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만큼 양쪽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수사권 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특정 수사의 시기를 조정하는 일은 전혀 없다"며 "수사를 하다 보니 시기가 이렇게 된 것이고 경찰의 잘못된 부분을 수사하는 것은 원래 검찰에서 하는 일"이란 입장을 밝혔다.

한 일선경찰서 경찰관은 "경찰이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검찰이 얼마든지 수사를 할 수 있고 의혹은 밝혀야 한다"며 "다만 수사권조정 논란으로 가뜩이나 민감한 상황에서 검찰이 망신주기 목적으로 압수수색을 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단 검찰과 경찰은 이날 밤늦게 결정 날 것으로 보이는 강신명·이철성 경찰청장의 구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속될 경우 검찰이 주장해온 정보경찰 비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수도 있다.

반면 기각될 경우 신분 등을 고려했을 때 도주 우려 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강신명 전 청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전직 경찰청장으로 영장심사를 받게 된 심경은 어떤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경찰과 제 입장에 대해 소상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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