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신 소각 증언 현장…"39년 지나도 남아있는 흔적"
전직 보안부대 수사관 허장환씨, 505보안부대서 '시신 소각 현장 증언'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여기가 사망한 시민들의 시신을 소각한 곳입니다"
15일 광주 서구 옛 국군통합병원 보일러실을 찾은 전직 505보안부대 수사관 허장환씨는 벽돌로 가로막혀 있는 한 공간을 가리켰다.
가장자리 부분이 적색 벽돌로 이뤄진 화덕 모양의 공간이었다.
허씨가 지난 13~14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시민들의 시신을 계엄군이 소각했다고 증언한 현장이다.
당시 계엄군은 사망자의 시신을 가매장했다가 다시 발굴해 지문을 채취한 뒤 시신 일부를 이곳에서 소각했다고 허씨는 밝혔다.
화덕 모양의 공간 옆에는 전기장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허씨는 이를 "불을 점화하는데 사용한 전기장치가 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화덕 모양의 공간은 보일러실 굴뚝과 연결돼 있었다.
자칫 굴뚝에 쌓인 재를 청소하는 공간으로도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 허씨는 "외부에 굴뚝 재를 청소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며 "재를 청소하는 곳이면 전기장치를 연결할 수 있도록 일부러 시설을 만들어 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굴뚝의 규모가 병원의 규모보다 크게 만들어졌고, 보일러실 뒤편으로 3중 철책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시신 소각의 정황이라며 하나하나 현장을 보여줬다.
특히 허씨는 군 병원 시설 가운데 보일러실만 유독 '군 보안시설'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신을 몰래 소각하기 위해 외부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는 것이었다.
실제 출입문 한쪽에는 '보안목표'라고 붙은 표지문이 붙어있었고, 과거 근무자들이 주간·월간 목표를 적어둔 것처럼 보이는 글이 쓰여 있었다.
글은 보안문서를 폐기·정리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시신을 소각했다는 화덕 모양의 장소 바로 옆에는 3단 높이의 철제 구조물이 서 있었다.
허씨와 함께 시신 소각을 증언한 미 육군 501정보여단 출신 김용장씨는 이 구조물을 두고 "(소각하기 전) 시신을 올려두었던 시설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5·18 당시 광주의 보안사령부였던 505보안부대를 찾아 당시 사무실의 모습과 용도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허씨는 2층 가장 안쪽에 있는 보안부대장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한 사무실 공간으로 취재진을 이끌었다.
그는 이 사무실이 당시 최예섭 보안사 기획조정실장 등이 사용하며 5·18을 사전에 기획하고 군사작전 등을 지시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505보안부대는 5월 항쟁 당시 시민들을 잔혹하게 고문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다만 허씨는 "기분이 좋지 않다"며 지하실로 향하지는 않았다.
앞서 허씨와 김씨는 13~14일 서울과 광주에서 5·18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철저하게 기획됐고, 항쟁 기간 전씨가 광주를 방문해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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