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극심한 가뭄에 곡물 생산 '비상'…12년 만에 밀 수입

입력 2019-05-15 16:04
호주, 극심한 가뭄에 곡물 생산 '비상'…12년 만에 밀 수입

2007년 이후 첫 수입…시드니·멜버른 등 저수율 50% 근접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호주가 동부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지난해 밀 생산량이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2년 만에 밀을 수입한다.

호주 농림수산자원부는 이번 주 캐나다에서 밀을 대량으로 수입해 국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에서는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그리고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와 퀸즐랜드 일부 지역 가뭄이 극심해 2018∼2019년 겨울작물(밀·보리 등) 생산량이 2천930만t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20년 평균 생산량 대비 20% 감소하는 셈이다. 밀 생산량만 보더라도 20%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가뭄은 호주 동부 해안 지역에 직격탄을 날렸으며, 특히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겨울작물 생산량은 거의 5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드니와 다윈, 브리즈번, 멜버른 등 호주의 주요 도시 인근 댐들의 저수율(貯水率)은 50%선 인근까지 내려간 상태다.

시드니 당국은 화단에 물주는 시간을 오전 10시 이전과 오후 4시 이후로 제한하고 건강 및 안전상의 문제를 제외하고 도로에 호스로 물을 뿌리는 것도 금하고 있다.



호주는 1994∼1995년, 2003∼2004년, 2006∼2007년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을 수입한 바 있다.

호주 농림수산자원부 대변인은 "오랜 가뭄에 따른 산업 수요를 고려해 특정 조건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통곡물(whole grains) 수입을 허가했다"며 "과학적 증거를 사용해 모든 수입허가 신청서를 사례별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호주의 곡물 재배업자들은 수입 과정에서 외래 질병이나 잡초 유입을 우려한다.

호주 곡물재배인협회 브렛 호스킹 회장은 트럭이나 기차에서 떨어진 (수입) 곡물 한 알갱이가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수송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상 수입 곡물은 항구 근처에서 가공되고, 농지를 통해 수송되지는 않지만 호스킹 회장은 이번에 수입하는 곡물이 기존보다 더 멀리 운반될 것을 우려한다.

그는 "곡물 수입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대부분의 재배 농가들은 대량 생산이 어려운 현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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