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n스토리] 장애인 가정 보살피는 베트남 새댁 효부상

입력 2019-05-15 15:33
[휴먼n스토리] 장애인 가정 보살피는 베트남 새댁 효부상

장애인 남편 내조 시아버지 봉양…공장일·육아까지 항상 웃음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한국 생활이 즐겁습니다."

진디단(23) 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결혼 이주여성이다.

15일 부산 동구에 있는 한 뷔페에서 열린 '2019 장애인 가족사랑 행복나눔대회'에 참석한 진씨는 지난 4년간 배운 한국어로 효부상을 받은 소감을 또박또박 말했다.

어릴 때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과정까지 이수한 뒤 학업을 포기하고 부모를 도와 농사일을 했다.

1남 2녀 장녀인 그는 집안 생계를 돕고자 집 근처 봉제공장에 들어가서 재봉틀 기술을 배웠다.

먼저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을 이룬 사촌 언니 소개로 국제결혼을 결심한 진씨 당시 나이는 19살.

어린 나이였지만 더는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결혼 전 시아버지(지체 3급)와 신랑(지체 5급)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장애를 가진 남편의 솔직함에 끌려 가족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결혼 이후 부산 남구 용호동 시댁에 사는 진씨는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어릴 때 배웠던 재봉틀 기술 덕분에 봉제공장에 취직을 했다.

매일 8시 집을 나와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공장일을 한다.

육아와 살림, 직장까지 다니면서도 시아버지를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그는 이웃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하고 이웃 어른들에게도 항상 웃으면서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 칭찬을 받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남편은 억척같이 생활하는 어린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를 받고 사회복지사가 되어 취약계층 장애인을 돕겠다는 꿈을 가졌다.

현재 동명대학교에 입학해 사회복지를 배우면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다.

진씨는 "집안일도 하고 공장도 다니는 게 사실 조금 힘들지만, 재미가 있다"며 "한국은 사계절이 있어 좋고, 이웃 사람들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4살 아들을 보며 "축구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한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는 이날 '2019 장애인 가족사랑 행복나눔대회'를 열고 진씨를 비롯해 6명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했다.

청각장애인 어머니를 20년 넘게 돌본 김종이(74·여) 씨가 효도상을, 지적장애인 자녀를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하면서 10년간 장애인수영 국가대표로 출전시킨 노인희(55·여) 씨는 자모상을 받았다.

정신지체장애인 딸의 재활을 위해 노력하면서 10년 넘게 장애인을 위해 자원봉사에 앞장선 손문길(81) 씨가 자부상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중증장애를 가지고 창작활동을 한 구족화가 김태완(51) 씨는 예술상을, 장애인 권익 신장과 소외계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 김종윤(62) 씨가 봉사대상을 받았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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