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집착'에 미국 통상정책기조 대격변 예고

입력 2019-05-15 09:39
트럼프 '관세 집착'에 미국 통상정책기조 대격변 예고

관세가 수단 아닌 목적…자유무역 옹호→세계최고 장벽

전문가 "새 현실 도래" 진단…주요 교역국들 '살얼음 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신념 때문에 미국 통상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관세를 교역 상대국이 무역장벽을 해체하도록 강제할 무기로 간주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산업들을 보호하고 수입을 차단하며 무역적자를 제거하는 영구적인 수단으로 그 의미를 확장해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미국이 현재 적용하고 있는 관세율의 수위에서도 방증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전체 수입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4.2%로 산업화한 선진국들의 모임인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의 2배에 달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 터키, 중국 등 신흥국들보다도 높다.

자신을 '관세맨'으로 지칭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찬가'는 연일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뒤집고 3.2%를 찍은 데 관세의 도움이 컸다고 전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서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관세의 효용을 강조하며 "우리가 아주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 따라 미국의 고율 관세가 상시적 정책으로 뿌리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글로벌 경제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부과하는 기존 고율 관세가 전반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 관세가 속출할 우려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에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철회되지 않으면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대체하려고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비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보조금 지급을 문제로 삼아 EU의 항공기, 농축산물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8일까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글로벌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집행 또는 연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국 상무부는 덤핑과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우방과 전략적 경쟁자를 가리지 않고 연일 반덤핑, 상계 관세를 위한 조사나 그 처분을 공표하고 있다.

품목에는 고무밴드, 말린 체리부터 쇠파이프까지 온갖 제품이 망라돼 있다.

미국 상무부는 "엄격한 미국 통상법 집행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안점"이라고 강조했다.

상무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총 162건의 새로운 반덤핑, 상계관세 조사를 시작했다며 이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11%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 일본, EU, 그리고 곧 협상을 시작할 영국으로서는 살얼음 위를 걸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NYT는 그간 글로벌 자유무역의 옹호자로서 입지를 견고하게 지켜온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장벽 때문에 새로운 입장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무역역사 전문가인 더글러스 어윈은 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관세전쟁 때문에 세계 경제에 새로운 현실이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어윈은 "우리가 중국과 결별하려고 한다면 이건 미국 통상정책의 역사적 격변"이라며 "우리는 관세를 더 나은 합의를 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여기지 않고 결별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임금인상, 반세기 만의 최저 실업률 등으로 호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일단 다국적기업들은 관세 증가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 중장비업체 캐터필러 등 부품을 외국에서 사들이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접근 확대를 원하는 업체들의 우려가 커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7%로 중국 38%, 독일 87%보다 낮지만 경제성장, 고용창출에 작지 않은 동력인 것은 사실이다.

NYT는 겉으로는 수출입과 연관이 없어 보일지라도 무역이 위축되면 미국 내 고용은 가치사슬을 타고 충격이 전이돼 연구, 개발, 소매, 유통 등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