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외교수장 소치서 회담…한반도·이란 등 현안 논의(종합)
폼페이오 "北 완전한 비핵화까지 유엔 대북제재 전적으로 이행해야"
라브로프 "北 지도부 안전보장 기대, 비핵화 범위는 한반도 전체"
폼페이오 장관, 취임 후 첫 방러…푸틴 대통령도 만날 예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이란·베네수엘라·시리아·북한 문제 등 각종 국제 현안에서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수장이 14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만나 3시간여 동안 회담했다.
앞서 이란 핵문제 논의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소치에 도착해 오후 3시께부터 6시께까지 라브로프 장관과 여러 국제 현안과 양자 문제를 두루 논의했다.
두 장관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핵합의 무산 위기,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분쟁, 한반도 비핵화 협상 등과 미국의 중거리핵전력감축협정(INF) 탈퇴 선언 이후의 전략적 안정성 확보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중요성에, 라브로프 장관은 대북 안전보장 제공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러시아는 북미 대화 진전을 지지하며 이 대화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최종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견고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확신한다"면서 동시에 "북한 지도부는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자국에 대한 안전보장을기대하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는 (북한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를 범위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는 "지난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도 한반도 문제가 상세히 논의됐다"고 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달 25일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관해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뒤이어 모두 발언에 나선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가 유엔 (대북)제재를 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면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여러 생산적 방식으로 이 문제에 대해 아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러 양국이 (북한) 비핵화 목표에 동의했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을 맞아 회담을 시작하면서 "우리에겐 시급한 조치를 취해야 할 문제들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면서 "여기엔 전략적 안정성 확보, 대테러전에서의 보다 효율적인 업무 추진, 세계 여러 지역에서의 긴급한 위기 상황 해결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라브로프는 최악의 갈등 상황에 있는 미·러 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새롭고, 보다 책임 있고 건설적인 상호 인식의 틀을 구축하는 작업에 착수할 때가 됐다"면서 "우리는 미국 파트너들이 상응한 관심을 보이면 이러한 일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에는 적잖은 의심과 편견이 쌓여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러시아도 미국도 덕을 보지는 못하며 오히려 '상호 (관계)악화'는 양국 안보에 위험을 증대시키고 전 세계의 우려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신봉하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두 장관은 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역시 소치에 머물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러는 취임 후 처음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에는 역시 소치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 현안과 양자 협력 문제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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