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케라스 "첼로는 내 첫사랑…박찬욱과 협업 원해"
24일 LG아트센터에서 앙상블 레조난츠와 협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프랑스 첼리스트 쟝-기엔 케라스(52)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10년 첫 방문 이후 자주 내한공연을 열었고, 늘 따뜻한 반응을 얻었다.
오는 24일에도 한국을 찾는데, 이번에는 그 의미가 조금 더 특별하다.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독일 함부르크 실내악단 '앙상블 레조난츠'와 협연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은 연주 수준이 높다면 어떤 종류의 레퍼토리에도 열려 있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9세에 첼로를 시작한 케라스는 프랑스 리옹 음악원, 미국 줄리아드 음악학교와 매네스 음대에서 엘리트 과정을 밟았다. 이후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음악제 상주 예술가를 지냈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대 교수로 자리 잡았다. 평생 음악과 함께한 삶이다.
"저는 좀 늦게 첼로를 시작한 편이에요. 그 전엔 축구밖에 관심이 없었죠. 어느 날 형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공연에 갔는데, 누군가 연주하는 첼로 소리를 듣고 반했답니다. 첫사랑이죠. 그때부터 완전히 빠졌어요."
케라스는 솔로에서 실내악까지,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소화하는 전방위 연주자다. 특히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그는 "현대음악은 우리 시대를 반영한다. 때로는 기이하지만 아주 창의적"이라며 "미지의 현대성을 경험해보라. 가끔 뭔가 은근히 알려주는 것 같으면서도 시적(詩的)인 세상이 눈앞에 나타나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권했다.
교류하고 싶은 한국 음악인이 있냐는 질문에는 단번에 진은숙을 꼽았다. 진은숙은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2004)를 비롯해 아놀드 쇤베르크상(2005), 피에르 대공재단 음악상(2010), 핀란드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2017), 바흐 음악상(2019) 등 국제적 권위의 상을 휩쓴 작곡가다.
케라스는 "진은숙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이라며 "그리고 영화감독 박찬욱의 강렬한 영화 세계에 매료됐다. 언젠가 그와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케라스는 이번 공연에서 앙상블 레조난츠와 협연한다. 이들은 록 뮤지션, DJ와 협업도 서슴지 않는 독특한 집단. 케라스와 함께 발매한 음반 'C.P.E 바흐: 첼로 협주곡, 교향곡'은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에서 "역사주의 연주에도 능한 우리 시대 최고 첼리스트의 연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프랑스 황금디아파종상에서 '올해의 베스트 협주곡 음반'으로도 꼽혔다.
그는 앙상블 레조난츠와 첫 만남을 "모든 게 잘 맞았던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들의 흥미진진한 음악은 수평적인 운영방식에서 비롯됩니다. 연주자들이 모두 예술적 결정에 관여하죠. 다른 오케스트라에서는 혼돈으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바로 여기에 앙상블 레조난츠 음악의 비결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연주는 오케스트라보다 확장된 실내악에 가까운데요, 개개인이 음악에 흠뻑 빠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열정적인 연주를 합니다. 특별한 에너지죠."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바흐의 첼로 협주곡 A단조를 비롯해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베른트 알로이스 치머만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등을 선보인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