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누구든 '시민의 발'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종합)

입력 2019-05-14 23:04
[연합시론] 누구든 '시민의 발'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종합)

(서울=연합뉴스) 버스 파업 최종 협상 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4일 오후 10시 현재까지 대구와 인천, 광주 버스 노사가 협상을 타결했다. 충남 버스 노사는 이달 말까지 임단협은 계속하되 파업은 철회키로 했다. 가까스로 파업 위기에서 벗어났다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는 시내버스와 직행 좌석 버스 요금을 9월께부터 200원, 400원씩 올리기로 하면서 노사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서울ㆍ부산 등 7개 지역은 막바지 협상 타결 여부에 따라 '버스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버스 사업장 노사와 면허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서로 자기 입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절충을 모색할 때다. 어느 쪽이든 '시민의 발'을 인질로 삼다 결국 파업까지 가게 해서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당국은 비상교통 대책을 마련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여당과 정부, 경기도는 이날 오후 긴급 당정회의를 열어 경기 버스 요금 인상과 광역버스 준공영제 추진 등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충ㆍ남북과 세종, 경남에서도 연내 버스 요금 인상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협상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파업을 막아보려는 정부의 절박한 중재 노력의 결과로 읽힌다. 13일 내놓았던 버스업계 지원 대책이 광역교통 인프라 지원 확대 등 우회 지원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반영된 것 같다. 주 52시간 근무제 의무 적용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실 버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김 장관이 시내버스 요금 인상을 거론한 것을 보면 선출직인 자치단체장들이 정치적 이해를 의식해 버스 요금 인상을 꺼리는 것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정 지원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노선버스 업계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지방 교부금 배분권을 쥔 정부가 지자체와 버스업계의 중재자 역할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적잖다. 근로자의 건강권과 행복권, 시민 안전권 확보 등 좋은 명분으로 노선버스 업종을 특례 제외 업종으로 바꿨다면 정책 입안의 책임자로서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교하고 세심한 세부 시행계획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파업을 앞둔 막판 노사 대치 상황에서 좀 더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모색하길 바란다.

파업이 예고된 버스 사업장은 상당수가 준공영제 사업장이다. 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인천·제주 등이 준공영제 시행지역이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 업체의 운송수입을 관리하면서 적자가 발생하면 적자를 메워주는 방식이다. 단순히 회사를 상대로 하는 노사협상이 아니라 노선 면허권과 요금 인가권을 가진 지자체 입장이 중요한 만큼 지자체의 전향적 자세도 요구된다. 임금 감소분 보전을 위한 적당한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사들도 감소분을 모두 보전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임금 보전과 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요금 인상을 하는 선에서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길 바란다. 버스 교통 서비스 수혜자인 시민들도 합리적인 인상이라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충남처럼 파업을 철회하거나 늦춰 교통 대란을 막아놓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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