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고원 희귀독수리 절반 폐사…경찰 '독극물 중독' 조사
현지 언론 "30대 용의자 소 사체에 독극물 뿌렸다"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영토분쟁 지역인 골란고원에서 희귀 독수리가 떼죽음했다.
경찰은 골란고원에 서식하는 이 희귀독수리 개체 수의 절반 가까이를 폐사시킨 이번 사건이 독극물 중독에 의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골란고원에 남아있는 그리폰 독수리 20마리 중 8마리를 죽게 한 혐의로 인근 베두인 마을에 붙잡혀있던 30대 남성을 체포했다고 BBC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오전 독수리 사채 8마리를 발견한 뒤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의 구체적인 신원이나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독수리들이 독이 묻은 먹이를 섭취할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는 용의자가 독수리와 같은 포식 동물을 죽이기 위해 소의 사체에 독극물을 뿌린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고 살충제를 뿌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근에서는 여우 한 마리와 자칼 두 마리도 죽은 채 발견됐다.
이스라엘 자연·공원청(INPA)은 독극물에 중독된 독수리 두 마리를 구조해 야생동물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발표했다.
치료를 담당한 수의사는 그중 한 마리의 상태가 "상당히 호전됐다"며, 곧 야생으로 되돌려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령 골란고원 당국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든 이 지역의 독수리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골란고원의 독수리 개체 수는 지난 1998년 130마리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20여 마리만 남은 상태였다.
대부분의 독수리는 농부들이 야생동물로부터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놓은 독극물에 희생됐다.
INPA의 샤울 골드스타인 국장은 이번에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독살당해 전체 개체 수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독수리들이 지금이 알을 품는 시기여서 새끼들이 부화하지 못하거나, 태어나더라도 그대로 죽을 수도 있어 더욱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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