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앱 소유한 중국 기업, 미국 압박에 앱 매각하기로

입력 2019-05-14 15:42
성소수자 앱 소유한 중국 기업, 미국 압박에 앱 매각하기로

쿤룬, '그라인더' 앱 내년 6월말까지 매각하기로 美정부와 합의

미 재무부, 국가안보상의 이유 들어 쿤룬에 그라인더 매각 지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남성 성 소수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인 '그라인더(Grindr)'를 소유한 중국기업이 국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이 앱을 매각하라는 미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모바일 게임업체인 쿤룬 테크(Kunlun Tech·昆侖萬維·쿤룬)는 내년 6월 말까지 그라인더를 매각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쿤룬은 성명을 통해 그라인더 이용자에 대한 정보 접근을 금지하고, 2020년 6월 30일까지 그라인더를 매각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쿤룬은 또 어떠한 민감한 정보도 중국내 기업에 넘기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그라인더를 소유한 쿤룬에 이 앱을 팔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CFIUS의 지시는 중국 정부가 그라인더의 정보를 이용해 이 앱을 사용하는 미국 관료나 보안관리자를 협박해 각종 기밀을 빼내 갈 가능성을 우려해 내려진 것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CFIUS의 이번 조치에 대해 WSJ는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에 대해 메모리칩과 무기 등 민감한 기술 거래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정보를 다루는 소셜미디어(SNS)나 앱 관련 기업도 제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미국 당국은 중국이 인수한 앱 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가 직접 개발한 앱에 대해서도 미국인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면서 보안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그라인더는 동성애와 양성애를 원하는 남성 성 소수자들의 만남을 도와주는 앱 가운데 이용자가 가장 많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그라인더는 2017년 현재 사용자가 2천7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쿤룬은 2016년 그라인더의 지분 60%를 9천300만 달러에 사들인 뒤 지난해 1억5천200만 달러를 주고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입했다.

쿤룬은 칭화(淸華)대 출신의 저우야후이(周亞煇) 회장이 2008년 설립한 모바일 게임업체다.

저우 회장은 개인 재산만 약 17억 달러(약 2조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j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