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꿈·고민·눈물…소설 '꿈의 무대 부도칸'
최연소 나오키상 수상 작가 아사이가 들려주는 걸그룹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아이돌은 무엇으로 사는가?
최연소 나오키상 수상 작가 아사이 료가 쓴 장편소설 '꿈의 무대 부도칸'(위즈덤하우스)에서 말하려는 이야기다.
소설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일본 걸그룹의 삶과 현실에 관해 말한다.
우리보다 먼저 아이돌 문화를 꽃피운 일본 얘기지만, 청소년 장래희망 1위가 '아이돌'이라는 지금 우리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간다.
마찬가지로 공개 오디션에서 선발돼 최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남녀 아이돌 그룹 '워너원'과 '아이즈원' 멤버들의 사연과 생각도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매주 방송되는 치열한 오디션 끝에 10대 소녀 여섯 명이 걸그룹 '넥스트 유(Next You)' 멤버로 최종 결정된다.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멤버 중 하나가 말한다. "3년 뒤 오늘, 부도칸에 서고 싶습니다."
부도칸(武道館)이 어떤 곳인가. 비틀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퀸, 에릭 클랩턴 등 세계 최고 팝스타들이 콘서트를 연 일본 공연의 성지다. 다시 말해 일본 최고가 되겠다는 뜻이다.
넥스트 유는 3년 뒤 정상 목표를 향해 숨 가쁘게 달린다. 하지만 부도칸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생각지 못한 문제들과 원치 않는 시선에 부닥친다. 친구들이 볼까 걱정되는 비키니 화보 촬영을 하고, 신상이 알려질까 봐 교복도 못 입는다. 근거 없는 루머와 공격적인 인터넷 댓글들. 세상 모든 게 갑자기 무서워졌다.
주위 어른들은 멤버들에게 조언한다. "또래 남학생이 아니라 남자 선생님을 유혹하는 느낌으로, 그렇지." "좋았어, 지긋이 바라봐. 최대한 유혹해."
무엇보다 혼란스럽고 두려운 건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다.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듯하던 팬들이 작은 실수 하나에도 등을 돌리고 돌을 던지는 게 아직 마음이 여물지 않은 청소년 멤버들에겐 큰 상처로 남는다.
한 멤버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은 걸까, 불행한 모습을 보고 싶은 걸까. 어느 쪽일까 하고…"라고 말하자, 다른 멤버는 "아이돌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은 아마 양쪽 다이지 않을까?"라고 되받는다.
아이돌 멤버들은 이처럼 시련 속에 꿈을 향해 방황하고 고뇌하지만, 사실 이 아이들은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강하고 긍정적이다.
넥스트 유 멤버들이 넋두리처럼 던지는 메시지는 또래 청소년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뭔가를 선택하고, 선택하고, 계속 선택하고, 그걸 하나씩 옳았던 선택으로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어."
이 소설은 지난 2016년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리에 방영됐다. 아사이는 와세다대 재학 시절이던 2009년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13년 '누구'로 나오키상을 받았다.
권남희 옮김. 356쪽. 1만3천800원.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