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누구든 '시민의 발'을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전국 노선버스 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구지역 버스노조가 광역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3일 사용자 측과 합의해 파업을 철회했을 뿐이다. 이러다간 서울·경기를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 노선버스 가운데 40% 가까이가 운행을 중단하는 '버스 대란'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뒤늦게 고육지책으로 지원안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고 미흡하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협상이 막판 국면인 만큼 버스 사업장 노사와 면허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서로 자기들의 입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절충을 모색할 때다. 어느 쪽이든 '시민의 발'을 인질로 삼다 결국 파업까지 가서는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의 버스업계 지원 대책은 파업을 예고한 버스노조의 요구 해소와는 거리가 있다. 7월부터 종사자 300인 이상 버스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적용에 따른 인력 충원과 임금 감소분 보전이 노조의 핵심 요구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광역버스 회차지·복합환승센터 설치 등 광역교통 관련 인프라 지원 확대 등 우회 지원에 치우쳐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500인 이상 사업장의 기존 근로자 임금지원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신규 채용 때 인건비 지원 사업 확대도 지원 대상과 액수가 턱없이 적어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나중에 갈등이 불거질 걸 뻔히 알면서도 법 개정 후 1년 가까이 손 놓고 있다 내놓은 대책치고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국가재정 지원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노선버스 업계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지방 교부금 배분권을 쥔 정부가 지자체와 버스업계의 중재자 역할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적잖을 것 같다. 근로자의 건강권과 행복권, 시민 안전권 등 좋은 명분으로 노선버스 업종을 특례 제외 업종으로 바꿨다면 정책 시행 책임자로서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교하고 세심한 세부 시행계획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파업을 하루 앞둔 노사 대치 상황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모색하길 바란다.
파업이 예고된 버스 사업장은 상당수가 준공영제 사업장이다. 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인천·제주 등이 준공영제 시행지역이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 업체의 운송수입을 관리하면서 적자가 발생하면 적자를 메워주는 방식이다. 단순히 회사를 상대로 하는 노사협상이 아니라 노선 면허권과 요금 인가권을 가진 지자체 입장이 중요한 만큼 지자체 또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임금 감소분 보전을 위한 적당한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사들도 감소분을 모두 보전받으려면 안된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임금 보전과 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요금 인상을 하는 선에서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길 바란다. 버스 교통 서비스 수혜자인 시민들도 합리적인 인상이라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막판 타결 가능성이 엿보이면 일단 파업을 늦춰 교통 대란을 막아놓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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