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 만성 염증, 고대 바이러스 때문일 수도"
파스퇴르 연구소 과학자들, 휴면 바이러스 염기서열 발견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S, Multiple sclerosis)은 뇌와 척수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일으킨다.
자가면역질환은 외부 공격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발성 경화증은 또한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인간 DNA에 끼어든 고대 바이러스(ancient viruses)의 재활성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계는 오래전부터 다발성 경화증의 원인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왔다.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과학자들이, 다발성 경화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급성 염증성 방어 반응(면역 반응)에 고대 바이러스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파스퇴르 연구소의 '후성 조절(Epigenetic Regulation)' 부문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무하르트 박사팀이 수행했다. 자신의 실험실을 갖고 있는 무하르트 박사의 핵심 연구주제는 암과 다발성 경화증 등의 후성적 발병 원인이다.
무하르트 박사는 "고대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는 감염 현상이 아니라, 급성 염증 현상에 직면한 인체의 방어 반응과 연관돼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세포 샘플을 관찰해, 원래 바이러스에 있던 조절 염기서열이 휴면 상태에서 깨어나면, 몇몇 종류의 전염증성(pro-inflammatory)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발현해 심한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는 걸 알아냈다.
진화 과정에서 염기서열이 중화된 바이러스는 전염원이 되지 못하지만, 외부 DNA에 바이러스 행동 정보를 제공하는 원천이 될 수는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외부 감염원을 신속히 탐지하고 방어 유전자를 가동해야 하는 세포들로서는 이렇게 중화된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제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런 바이러스 염기서열은 줄기세포의 방어 유전자를 제어하는 데 긴요하다. 성숙한 세포에선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휴면 상태에 있어, 전부터 세포 안에 존재하던 다른 염기서열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무하르트 박사는 "언젠가 후성적 현상과 연관된 이 메커니즘이, 크로마틴(세포핵 염색질) 개량 효소를 억제하는 저분자 물질로 다발성 경화증을 치료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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