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反유대·反동성애 美목사 입국 거부…20년만에 처음

입력 2019-05-14 11:14
아일랜드, 反유대·反동성애 美목사 입국 거부…20년만에 처음

30대 목사 앤더슨, 反오바마 발언도…1999년 이민법 제정 후 최초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부정하고 성 소수자 혐오 발언 등을 일삼아 온 미국인 목사의 아일랜드 입국이 거부됐다.

아일랜드 정부가 20년 전인 1999년에 제정된 이민법에 따라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일랜드의 찰리 플래너건 법무부 장관은 "공익에 따라 스티븐 앤더슨 목사의 출입 금지 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조처로 앤더슨 목사가 오는 26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150명의 지지자를 상대로 아일랜드 '임신중절 법'의 부작용에 대해 설교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아일랜드 의회는 지난해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기독교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인 '체인징 애티튜드 아일랜드'(Changing Attitude Ireland)는 앤더슨 목사가 "LGBT+(성 소수자) 말살을 옹호한 인물"이라며 입국 금지 청원을 시작했고, 1만4천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에 서명했다.

38살인 앤더슨 목사는 특히 유대인과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 발언으로 악명이 높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죽기를 바라며 밤에 기도한다는 말을 해왔고, 플로리다주에서 2016년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성 소수자 클럽 테러 참사를 찬양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는 현지 라디오 방송국에 출연해 "성 소수자들은 죽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추방당했다.

미국의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앤더슨 목사는 지난 2015년에 올린 '시온으로의 행진'이라는 영상에서 나치가 유대인들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 추방된 유대인들이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영상에서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국가를 세우기 위해 홀로코스트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성 소수자 인권 운동가 피터 태첼은 "앤더슨의 대량학살에 대한 찬양은 도를 넘었다. 단순한 혐오 이상"이라며 아일랜드 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s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