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걸프서 무력충돌 우연히 발생 가능…美, 긴장 고조 말아야"

입력 2019-05-14 00:16
EU "걸프서 무력충돌 우연히 발생 가능…美, 긴장 고조 말아야"

英·佛·獨 외교장관, 브뤼셀 찾은 美 국무장관에 주문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13일 중동의 걸프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우연히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미국에 대해 이란 핵 합의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당초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EU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브뤼셀을 방문, 이란 핵 합의에 서명한 EU 회원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 외교장관과 만나 이란 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주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 탈퇴한 지 1주년을 맞아 지난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이란 핵 합의에서 합의한 것 가운데 일부 내용에 대해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걸프 지역에 이미 항공모함과 B-52 폭격기를 배치한 데 이어 수륙양용 공격함과 패트리엇 미사일을 파견해 외교갈등뿐만 아니라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의 대이란 압박 작전에 대한 EU 회원국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급히 브뤼셀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국과 프랑스, 독일 외교장관들은 미국의 대이란 강경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독일 정부는 여전히 이란이 미래에 핵무기를 갖지 않도록 하는 토대로서 이란 핵합의를 간주하고 있고, 이것을 우리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스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일대일로 만나서 "우리는 걸프 지역에서 현재 진행되는 일과 긴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군사적인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휴지기'를 요구하면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로 돌아서도록 할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헌트 장관은 "양측에서 의도하지 않은 긴장이 조성돼 우연히 무력 충돌이 발생할 위험성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면서 "이란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면 이웃 나라들도 핵무기 보유국이 되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란이 핵무기 재개발의 길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걸프 지역은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이 됐고 잘못된 방향으로 큰 걸음이 내디뎌졌다"고 지적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도 이란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우리(EU)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걸프 지역에서 긴장 고조를 피하고 견해차를 좁히는 유일하고 가장 좋은 방법으로 대화를 강조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우리는 이란과의 핵합의와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이날 영국·프랑스·독일 외교장관과 만나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해 제재를 재부과한 것과 관련해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 1월 마련한 특수거래법인인 '인스텍스'(INSTEX)를 조기에 가동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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