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수' 美대선주자, 알고보니 트럼프 로비스트의 딸
WSJ, 질리브랜드 의원 부친의 2000년 '트럼프 카지노' 로비활동 소개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차기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민주당 상원의원(52·뉴욕)은 대표적인 '트럼프 저격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활발하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3월 대권 레이스 출정을 알리는 연설 무대로 택한 장소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일 정도다.
질리브랜드 의원에게 누군가 정치에 입문한 이유를 물으면 뉴욕주 주도 알바니에서 정치 활동을 했던 할머니 폴리 누난, 또는 어머니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유독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다물곤 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질리브랜드 의원이 아버지를 '떳떳하게' 밝힐 수 없는 아이러니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의 아버지는 과거 유명 로비스트이자 변호사였던 더그 러트닉으로,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카지노 사업에 관한 로비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2000년 뉴저지주 남부 애틀랜틱 시티에서 대형 카지노를 경영하고 있을 때 러트닉이 동참한 로비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뉴저지와 인접한 뉴욕주의 캣츠킬에 아메리카 원주민 모호크족이 카지노 단지 설립을 추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손님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해 러트닉을 비롯한 10명의 로비스트와 로비회사들로 팀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이 로비팀을 이끈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추후 대선 기간에 '비선 참모'로 활동한 최측근 인사 로저 스톤이었다. 이 팀에 속했던 2명의 로비스트는 스톤이 주도한 전화 회의에 러트닉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고 증언했다.
로비팀은 뉴욕주 의원들과 직접 접촉해 당시 현직이었던 조지 파타키 전 뉴욕 주지사가 모호크족과 카지노 설립 관련 협정을 맺으려면 뉴욕주 의회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도박 반대단체로 꾸며 만든 '뉴욕 법과 사회 연구소' 명의로 카지노 설립을 반대하는 신문·라디오 광고를 기획하고 후원하는 등 우회 전략을 함께 썼다.
이후 뉴욕주 로비위원회는 이들 광고를 불법 로비 행위로 보고 당시로서는 최고 금액이었던 25만 달러의 민사 제재금(civil penalty)을 부과했다. 트럼프 측은 불법행위를 시인하지는 않았으나, 이후 연구소와 스톤 측에 부과된 벌금을 내기로 약속했다.
로비 기록을 보면 트럼프의 로비팀이 받은 사례금은 2000년 상반기에만 약 3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트닉 혼자 받은 돈만 2만2천715달러였다.
다만 러트닉의 로비 활동은 사실 그대로 공개되었으며, 수사 기록에서 그가 불법적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WSJ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질리브랜드 선거 캠프 대변인은 러트닉이 스톤이나 트럼프 대통령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로비 활동을 하는 중에도 이 둘과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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