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재고품 매립·소각에 "베이조스 CEO는 지구파괴자"
환경단체 등 '위선' 비판…영국 의원 "영세민에게나 주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세계 최대의 온라인 판매업체 아마존이 프랑스 에서 팔리지 않은 물품을 대거 땅속에 매립하거나 소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아마존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55)가 '위선'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세계 최고 부자인 베이조스는 최근 자신이 설립한 민간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의 달착륙선 모형을 공개하면서 '최고의 행성'인 지구와 그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식민지 개척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마존이 프랑스에서 매년 수백만점의 안 팔린 물품을 매립, 소각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베이조스가 지구보호자가 아닌 지구 파괴자라는 위선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프랑스의 M6 TV 채널은 최근 '카피탈'(Capital)이라는 탐사보도를 통해 아마존 직원들이 안 팔린 장난감과 주방기구, TV 세트 등을 대형 용기에 넣어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프랑스 내에서 300만 점 이상의 멀쩡한 미사용 물품이 파괴됐음을 밝혀냈다.
더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물품을 땅속에 매립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과 토양과 지하수 오염 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파괴되는 물품이 아직 사용되지 않은 새 물품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영국의 경우 아마존 측은 일부 안 팔린 물품들은 자선단체에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물품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더타임스는 아마존 창고직원으로 위장한 한 언론인이 현지 관리책임자(매니저)로부터 '안 팔린 물품은 반송하거나 파괴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크레이그 베넷 회장은 "베이조스의 말과 행동에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세계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로부터 일어나는 이러한 종류의 지구 파괴적 행동은 실제적이고 적극적인 환경 손상의 끔찍한 사례"라고 혹평했다.
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과 함께 세계 3대 환경보호단체 중의 하나로 꼽히는 지구의 벗의 베넷 회장은 "아마존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처벌을 피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할 때이며 그때까지는 소비자가 지갑으로써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영국 하원 환경감사위원회의 메리 크레이그 의원(노동당)은 한 언론에 "수백만 명이 매일의 생계를 때우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되지 않은 상품들을 빈곤층에 주지 않고 그냥 파괴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는 나아가 환경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최근 환경감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아마존은 최악의 실적을 보인 소매업체 가운데 하나였다"고 지목했다.
주로 어떤 제품들이 파괴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마존은 외부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물품이 일정 기간 내에 팔리지 않을 경우 업체에 보관료를 물리기 때문에 업체들은 '보다 경제적인' 파괴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국 문구업체는 M6에 자신들이 납품한 물품들이 6개월-1년 사이에 팔리지 않을 경우 아마존에 비용을 지불하고 파괴하는 게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측은 환경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공약은 '확고'하다고 주장했으나 안 팔린 물품들의 '매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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