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담은 '죽음' 문화…'돌아감'의 의미를 찾다

입력 2019-05-13 09:34
카메라로 담은 '죽음' 문화…'돌아감'의 의미를 찾다

작가 박찬호, 사진집 '歸(RETURN)' 펴내고 순회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돌아가셨다."

우리 한국인은 연장자의 죽음을 이같이 표현한다. 어디에서 왔기에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체 죽음이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일까.

죽음은 인류가 사유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우리에게 화두였다. 이 세상 모든 문명과 사회, 철학, 그리고 종교의 시작점은 바로 이 죽음에 맞물려 있다. 하지만 21세기 현대과학도 이에 대해서만큼은 선명하게 결론짓지 못한다.

사진작가 박찬호(48) 씨는 지난 10여 년 동안 오로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곳곳을 헤맸다. 돌아갈 '귀(歸)'라는 한 글자 단어를 통해 자신만의 잣대로, 그리고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죽음 문제를 천착해왔다.

'歸(RETURN)'는 죽음에 대해 끈질기게 탐구해온 그의 첫 작품집이다. 이 사진집에는 유교와 불교 의식뿐 아니라 우리 전통 장례식과 무속식 제의들이 80여 점 흑백 작품으로 실렸다. 죽음이 특유의 사진 기록을 통해 기억으로 새롭게 탄생했다고 하겠다.



죽음에 대한 박 작가의 집착은 10살 때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많은 시간을 어머니 곁에서 보내며 그곳에서 죽어가는 이들과 애통해하는 가족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진 환자들의 침상이 차례로 비워지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어머니 타계 후 상실감으로 힘겨웠던 그는 하루하루를 방황 속에서 보냈다. 14살 때 가출했고, 30대 후반이 돼서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결국 건강이 나빠져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병이 위중하다'는 의사의 말에 두려움으로 떨었다. 죽음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겪을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남겨질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가 더욱 두려웠다.

한국의 죽음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 작업으로 맞닥뜨려보고자 한 것은 이 같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기도 했다.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박 작가는 전통 장례식, 유교식 제사, 불교식 제의와 다비식, 무속식 제의 등 현장을 수없이 찾아다니며 그 답을 찾아왔다.

그는 "죽음은 나에게 더이상 과거의 일만이 아니라 다가올 현실이기도 하며, 모든 인간에게 닥쳐올 일이기도 하다"며 "죽음을 기록하는 일은 곧 나의 죽음과 대면하는 일이며 준비하는 작업이다"고 말한다. 사진 작업이 사적 기록에서 출발했으나 결국 모든 인간의 고민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박 작가는 이와 함께 "생명마저 금액으로 환산되는, 물질적 가치가 그 무엇보다 우선되는 현 시대에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남은 삶 동안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런 작업 과정을 통해 그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평온을 되찾았다. 사진이 선사한 치유의 힘이랄까. 박 작가는 사진이야말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대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들려준다.

사진집 발간을 계기로 전국 순회전시회도 개최되고 있다. 4월 30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오는 24일부터 6월 6일까지는 대구의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6월 15일부터 28일까지는 광주의 갤러리 혜움에서 전시회를 마련한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펴냄.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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