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기운 가득한 한류거리 신오쿠보 "아리랑핫도그 찾아왔어요"

입력 2019-05-13 08:01
수정 2019-05-13 13:47
젊은기운 가득한 한류거리 신오쿠보 "아리랑핫도그 찾아왔어요"

"욘사마 팬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K팝을 좋아하죠"

(도쿄=연합뉴스) 이웅 기자 = 활기가 넘치는 도쿄 신주쿠 한인타운은 2~3년 전부터 불기 시작했다는 일본의 신한류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토요일인 11일 오전. 한인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선 오쿠보도리(大久保通り) 4차선 도로변은 사람들로 빠르게 차올랐다. 거리는 점심때도 되기 전에 한국 물건들을 사려는 쇼핑객과 길거리에서 치즈핫도그를 사 먹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요즘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음식은 치즈핫도그와 치즈닭갈비. 특히 한국 굽네치킨이 출시한 치즈퐁듀식 닭갈비와 길거리 치즈핫도그 브랜드 '아리랑 핫도그'가 유명하다고 했다. 길 맞은편 굽네치킨 매장 입구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게 보였다.

거리에는 홍대포차, 연탄불고기, 시장닭갈비, 돈짱포차, 수미네밥집 등 한국 맛집 간판이 즐비했다. 24시간 문을 연다는 명동김밥은 입구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식사하는 사진들이 붙어있고 매장 안은 손님들이 가득했다.

나고야에서 왔다는 구도우 나츠미(24) 씨는 한국에 대해 "미용 대국이라는 인상이 강하다"며 "평소 한국 음식과 아이돌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핫도그를 먹고 있는 여대생 세 명은 인스타그램에서 아리랑 핫도그가 유명하다고 해서 야마나시현에서 왔는데 오는 데 2시간 걸렸다고 했다.





신오쿠보(新大久保)로 불리는 이 지역은 일본 한류의 중심지다.

원래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재일 한국인이 모여들면서 한인 거주지가 됐는데 1990년대까지는 도쿄 내에서 낙후한 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2003년 한류 붐을 타고 한국 음식점과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한인타운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혐한(嫌韓) 여론이 조성되면서 방문객이 줄고 문을 닫는 상점이 속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일본 10~20대를 중심으로 신한류 붐이 형성되면서 신오쿠보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1년째 화장품 가게를 운영한다는 신희순(58) 씨는 "2~3년 전부터 신오쿠보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주로 찾는 건 10대들인데 한일 간 정치적 상황에 관심이 없는 젊은 친구들이 온다. 한류 거리로 유명해지다 보니 동남아에서도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십수 년 전 한류 붐을 경험한 중년 엄마와 10대 딸이 함께 있는 모습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한국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굿즈(기념품)를 구매하는 모녀도 나고야에서 왔다고 했다.

엄마 미치요(47) 씨는 "1년에 열번쯤 (신오쿠보에) 오는 것 같다"며 "한국 배우 중 공유를 가장 좋아하는데 '도깨비' DVD 모두를 집에 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은 냉면, 삼계탕, 김밥을 좋아한다고 했다.

딸인 가논(18)은 세븐틴의 호시를 좋아하는데 친구들도 대부분 한국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했다.

K팝 굿즈 판매점에서 만난, 지방공무원이라는 고도 이즈미(61) 씨는 "욘사마 팬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K팝을 좋아해서 콘서트를 다닌다"며 "동방신기와 엑소를 좋아하는데 한국 음악은 템포가 빠르고 시각적으로도 강렬하다"고 평했다.

동료인 사사키 노리코(57) 씨는 한일 외교 갈등에 대해 "정치와 문화는 다르다"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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