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밖도 뜨겁다…예술섬이 된 베네치아

입력 2019-05-12 21:42
비엔날레 밖도 뜨겁다…예술섬이 된 베네치아

쿠넬리스·고르키·바젤리츠·뒤뷔페 등 거장전 일제히 개막

아카데미아, '르네상스맨' 드로잉 특별 공개…윤형근 전시도 화제



(베네치아=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구글 지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베네치아 골목을 돌고 돌던 사람들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목적지를 앞두고 마지막 골목을 꺾는 순간, 짧은 탄식이 나온다. 프라다재단 미술관 앞에는 이미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이 형성돼 있다.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야니스 쿠넬리스 작품을 보려는 행렬이다. 2017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타계한 쿠넬리스의 사후 첫 대규모 회고전이어서 유럽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미술 애호가들이 몰려든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전시장에 입성한 사람들은 석탄, 커피 가루, 화분 등을 활용한 작업으로 1960년대 미국 미술계를 지배한 상업적인 팝아트에 반기를 들었던 거장의 여정을 꼼꼼히 훑었다. 거대한 장롱 수십 개를 천장에 매단 작업 앞에서는 너도나도 카메라를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제인 제58회 베네치아비엔날레가 11일(현지시간) 공식 개막하면서 비엔날레 전시장 바깥에서도 다채로운 전시가 시작됐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귀족들이 거주했던 유서 깊은 팔라초(palazzo)들은 일제히 거장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었다.



베네치아 르네상스 걸작들이 소장된 아카데미아미술관 전시도 단연 화제다.

미술관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서거 500주년을 맞아 그의 가장 유명한 드로잉인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특별히 공개했다.

다 빈치가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론을 그림으로 옮긴 것으로, 작품 보호 때문에 좀처럼 공개되는 일이 없었다. 미술관이 전시장 내 다시 별도로 설치한 공간 앞에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섰다.

같은 미술관의 1층에서는 독일 신표현주의 선구자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거꾸로 그린 그림'과 투박한 조각들이 관람객을 맞았다. 아카데미아에서 생존 작가 회고전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네치아비엔날레와 인연이 깊은 예술가들의 작업도 다시 베네치아를 찾았다.

팔라초 프란체티에서는 프랑스 작가 장 뒤뷔페(1901∼1985) 회고전이, 팔라초 포르투니에서는 한국 추상화가 윤형근(1928∼2007) 회고전이 개막했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아쉴 고르키(1904∼1948) 초창기부터 말기 작업까지 총망라한 회고전도 성황이다.



베네치아는 124년 역사를 자랑하는 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힘' 있는 외부 전시를 유치하는 데 갈수록 열성을 쏟고 있다. 2017년에도 영국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블록버스터급 신작 전시가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열려 비엔날레 이상의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흐름에는 '미술 올림픽' 비엔날레를 계기로 르네상스 시절의 문화예술 권세를 재현하고픈 이탈리아의 야심이 있다는 분석이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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