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처벌 강화 촉구 日 '플라워 데모' 시동

입력 2019-05-12 17:35
성범죄 처벌 강화 촉구 日 '플라워 데모' 시동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에서 성폭력 범죄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에 항의하고 성범죄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형법을 바꾸라고 촉구하는 월례 집회가 시동을 걸었다.

'플라워 데모'(꽃 시위)로 명명된 이 집회는 지난달 도쿄역 앞에서 시작된 지 한 달 만인 지난 11일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3개 도시에서 2번째로 열렸다.



1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집회 참가자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동정의 뜻으로 한 손에 꽃을 든 채 성폭력 사건에서 최근 잇따라 무죄판결을 내린 법원을 성토하고 느슨한 관련 형법 조항의 개정을 촉구했다.

성 피해자 단체를 이끄는 야마모토 쥰 씨는 150여 명이 모인 도쿄 집회에서 "나도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면서 당사자의 동의 없는 성관계를 무조건 처벌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항의 집회를 열자고 호소했던 작가 기타하라 미노리 씨는 이번 오사카 집회에서 "일본 법률에는 여성의 관점이 결여돼 있다. 합의가 있었다고 착각했다는 이유로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는다"며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근의 잇따른 무죄판결을 이상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오카시에서도 50여 명이 '#MeToo' 플래카드를 내걸고 성폭력 없는 세상을 구현하자고 호소했다.

이른바 '꽃 시위'는 만취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한 남성이 올 3월 후쿠오카 지방법원 구루메지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등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구제를 받는 데 대한 반발로 지난달 시작됐다.

현행 일본 형법은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것 외에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하고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 행위임이 입증돼야 성행위 관련 범죄로 처벌토록 하는 등 피해자 쪽에 불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는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일본 사법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 결함이 있는 형법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앞으로 매월 11일 전국 각지에서 '플라워 데모'가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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