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日관방, '외교 데뷔'로 차기 총리후보 존재감 부각"

입력 2019-05-12 10:30
"스가 日관방, '외교 데뷔'로 차기 총리후보 존재감 부각"

日 언론, 방미 결과에 "무난했다…인사 외교 그쳤다" 평가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총리관저의 위기관리를 맡아 좀처럼 해외로 나가지 않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방미 성과에 일본 언론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가 장관은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장관 대행,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차례로 만났다.



스가 장관은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긴밀한 연대를 확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 방침도 설명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관방장관을 맡고 있는 스가 장관은 지난달 1일 새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했고 이후 '레이와 아저씨'로 불리며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요미우리신문은 12일 "스가 장관이 무난한 외교 데뷔를 했다"며 "집권 자민당 내에서 '포스트 아베'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존재감이 높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그의 방미에 국장급 간부를 포함해 외무성과 방위성 등의 직원 40명을 수행시켰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외유에 필적하는 태세"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방미에 대해 "포스트 아베로 부상했다는 견해가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사실상의 외교 데뷔로, 미국 정부에서 펜스 부통령과 각료급이 회담에 응하며 환대했다"면서 "무난하게 넘기긴 했지만 '인사 외교'에 그쳤다"고 평했다.

아사히는 미국에서 스가 장관은 무명에 가까워 백악관에서도 처음에는 중시하는 방향은 아니었다며 "본격적인 외교 데뷔로 만들기 위해 일본 외무성과 주미 일본 대사관이 계속 미국 정부에 요인과의 회담에 대한 희망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방미 일정을) 실점 없이 넘기긴 했지만, 포스트 아베로서 큰 존재감을 발휘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측이 이례적으로 환대한 배경에는 아베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 관계에 더해 포스트 아베의 유력 후보라는 인식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스가 장관의 이번 방미는 일단 성공으로 끝났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스가 장관의 방미를 2005년 자민당의 간사장대리로 방미해 당시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을 만났던 현재의 아베 총리의 행보와 연결지었다.

이 신문은 "당시 미국 정권이 (이처럼) 환대했던 이유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신뢰하는 아베를 차기 일본의 리더로 간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처음으로 총리가 됐다.

스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에도 참석했다.

그는 뉴욕에서 국제신용평가사인 S&P 글로벌,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경영 수장과도 만나 "일본의 지방에선 27년 만에 땅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하며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스가 장관 자신은 이번 방미에 대해 "납치문제의 조기 해결과 미군 재편의 착실한 추진을 위해 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매우 유의미했다"고 자평했다.

현재 자민당 내에서 아베 총리와 맞설 정도의 인물이 없다는 견해가 강한 가운데 스가 장관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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