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관세인상 후폭풍…美 업계·소비자 타격 불가피
관세 부담은 美수입업체 몫…광범위한 소비재 가격 상승 전망
美 경영자단체 "관세 철회 합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미국 정부가 대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수출업계뿐 아니라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10일 오전 0시 1분(미국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2천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렸고 나머지 3천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매기기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컴퓨터, 통신장비, 가구, 가전 등 광범위한 소비재가 인상된 관세율을 적용받기 시작한 데 더해 앞으로 부과 대상이 사실상 중국산 수입품 전체로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9∼10일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노 딜(No-deal)'로 끝나자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변하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성명을 내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중국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중국과 이룰 최종적 합의는 "관세 철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국 CNBC 방송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약 3천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건 소매업계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가격 민감성이 높은 의류, 장난감, 신발 등 소비자의 생활과 밀접한 품목이 대거 포함되므로 추가 관세부과 시 업체들이 이익률 하락, 판매량 감소 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장난감과 스포츠용품은 100%, 신발과 직물·의류는 각각 93%와 91%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티븐 파지에 장난감협회 회장은 "우리는 이익률이 낮고 가격에 민감한 산업"이라며 "10달러 장난감 가격이 25% 오르면 사람들은 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 드론 등 소비자 전자제품도 추가 관세 타격을 받게 된다.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IT매체 폰아레나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애플이 다음 추가 관세 항목에 포함되면 아이폰XR 모델의 미국 판매 가격은 160달러(약 19만원)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기업들이 관세 추가 비용 상쇄를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에게도 관세 부담이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소비자와 제조업체 모두 관세로 인한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이 없으며 관세는 더욱 뚜렷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컨설팅업체 트레이드 파트너십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율 인상으로 미국 1가구당(4인 가족 기준) 연간 767달러(약 90만원) 비용을 더 지불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으로 400억 달러 규모의 소비재 가격이 더 비싸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세탁기에 20% 관세를 부과하자 세탁기와 건조기 가격이 12% 상승했다.
데이비드 프렌치 미국 소매협회 상임 부회장은 "관세가 중국이 아닌 업계와 소비자가 지불하는 세금이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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