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잇단 방어 조치에 반등…'약발' 유지엔 의문

입력 2019-05-11 00:15
터키 리라화 잇단 방어 조치에 반등…'약발' 유지엔 의문

유동성 제한·달러 처분 등 잇단 조처에 1.6% 상승 반전

전문가 "효과 유지되려면 정공법 대응해야…재선거도 악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중앙은행이 기습적으로 '수축적' 조처를 단행하는 등 리라화 방어에 나선 후 통화가치 추락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10일(현지시간) 오후 6시 현재 터키리라화는 1미달러 당 6.09리라 선에서 거래됐다.

전날보다 1.6%가량 가치가 상승한 수준이다.

전날 터키 중앙은행은 시중에 유통성을 공급하는 주요 수단인 '1주 리포(repo)' 자금 제공을 잠정 중단했다.

시중 은행은 이에 따라 더 비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므로 이 조처는 사실상 금리 인상에 해당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리라 가치도 오르게 된다.

이와 함께 9일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지라아트방크를 비롯한 국영 은행이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에 이르는 달러를 처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러한 잇단 조처에 리라화 가치는 이날만 1.5% 넘게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이에 앞서 리라화는 지난달 18일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터키 최고선거위원회(YSK)가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를 결정한 후로는 외환시장의 불안이 고조됐다.



전문가들은 터키 중앙은행이 정공법인 금리 인상이 아니라 임시처방을 반복하고, 정권이 선거 불복과 같은 정치적 불안정을 자초한다면 리라 하락세를 막기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3월 선거 직전 터키 중앙은행은 역외 시장에 리라 유동성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는 '비상' 조처로 리라 추락을 막았지만 '약발'은 약 2주간 유지되는 데 그쳤다.

중앙은행이 9일 비슷한 조처를 기습적으로 단행한 후 오후 한때 리라화 가치는 0.8% 가량 상승했지만 결국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0.2% 가까이 하락했다.

당국이 수축적 조처에 그치지 않고 국영 은행을 통해 대규모로 달러를 처분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자 리라화는 강세로 반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 마커스 애시워스는 "터키 중앙은행이 리라에 실질적인 힘을 실으려면 기준금리를 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차단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애시워스는 "적어도 현재로선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평소 '금리가 만악(萬惡)의 아버지'라거나 '금리가 인플레의 원인'이라는 소신을 펼치며, 금리인상에 극도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터키 통화정책위원회는 정례회의 후 발표문에서 '금리인상 의지' 표현을 없앴다가 리라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중앙은행 총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구두개입'으로 수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울러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 선거 패배 결과에 불복하고 재선거를 관철시킴으로써 정치적 불안을 야기했으며, 시장은 이를 리라에 또다른 악재로 인식한다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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