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평화조약 체결 문제 러·일 입장차 아주 커"

입력 2019-05-10 23:04
러 외무 "평화조약 체결 문제 러·일 입장차 아주 커"

방러 日 외무상과의 회담서 밝혀…"美 MD 일본 배치는 러에 대한 위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평화조약 체결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와 일본 간 입장차는 여전히 아주 크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면서 "당신은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와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 이후 곧바로 러시아를 방문했다"면서 "이 시대가 러일 관계에도 유익한 시대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라브로프는 이어 이날 3차 러일 외무장관 협상이 지난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가속하기로 한 양국 정상의 결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1월과 2월에 열린 양국 외무장관 협상과 양국 외무차관급 협의에서 (평화조약 체결과 관련한) 양측의 기본 입장이 제시됐고 역사적·법률적 측면들이 상세하게 논의됐다"면서 "이 협상과 협의들이 양측의 입장차가 무엇인지, 그것을 좁히기 위한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 등을 더 잘 이해하도록 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평화조약 문제와 관련한 "양측의 입장차는 아주 크다"면서 "내실 있고 건설적인 토론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인해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이투룹,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남쿠릴열도가 2차 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반환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고노 외무상과의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러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라브로프는 "(회담에서) 우리는 다시 미국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일본 영토 배치, 역내(아태지역 내) 미군 군사력 증강, 군축 및 군비 통제 분야에서의 미국의 행동 등에 대해 주의를 기울였다"면서 "이 행동들에서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위협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요격미사일과 고성능 레이더를 지상에 배치하는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이것이 미국의 글로벌 MD망의 일부라며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추진을 미러 간 핵군축 체제를 훼손하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월 미국과 옛 소련이 지난 1987년 체결한 핵군축 조약인 INF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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