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필터 교체·CCTV 관리는 누가…교무실·행정실 갈등
경남교육청 "일선 학교서 의견 수렴 거쳐 실정에 맞게 조정해야"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와 CCTV 관리 등 각종 업무를 누가 맡아야 하느냐를 두고 일선 학교에서 교무실과 행정실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10일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학교 안 CCTV 관리·운영, 불법 촬영 카메라 점검, 공기청정기와 냉·난방기 필터 교체 등 업무가 최근 수년간 많이 늘어난 가운데 이런 업무 처리를 둘러싼 학교 구성원 간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수질·라돈 측정은 물론이고 교직원 건강검진 대상자 안내·관리 업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수업 외 다른 업무가 과도하게 주어지고 있다며 행정실이 해당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도내 학교에서는 각종 업무를 누가 맡을 것인가를 두고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이 폭발 지경"이라며 "학생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가 교사에게 맡겨지는 사례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박종훈 교육감 1기 임기 시작 때부터 반복한 '교사를 아이들 곁으로' 보내겠다는 약속과도 관련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교사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에 따른 차량 2부제 운영 방안을, 어떤 교사는 몰래카메라를 확인하려고 화장실 구석구석을 확인하고 있다"며 "교사들은 자괴감과 분노를 꾹꾹 눌러가며 업무가 아닌 일들을 맡아서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도교육청이 학교 업무과 관련해 당사자로서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며 해결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행정실 직원 등 비교원으로 구성된 경상남도교육청공무원노조(경남교육노조) 측은 수업 외 모든 업무를 행정실에서 소화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진영민 경남교육노조 위원장은 "2∼3명, 많아야 4∼5명밖에 안 되는 행정실 직원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것만이 선생님 업무의 전부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종 업무가 교사 수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교육감이 총액인건비 폐지 등에 나서서 지방공무원을 확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런 갈등을 인지하면서도 일방적으로 담당 업무를 구분 짓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은 실제 지난 9일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도 "경남 단위학교 업무표준(안) 등을 참고해 전 교직원과 충분한 협의 및 민주적 의견 수렴을 거쳐 일선 학교 실정에 맞게 조정해 이행해주기를 바란다"고 명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사와 행정실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업무를 정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학교 구성원 간 협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k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