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법환적 北선박 압류하고 몰수소송까지…대북 고강도 압박
美법무부, 北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이후 압류·소송 사실 발표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을 직접 압류하고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초유의 조치다.
미 법무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과 유엔 제재를 위반하고 불법으로 석탄을 운송한 북한의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했다고 발표했다.
미 법무부는 이와 함께 뉴욕 연방법원에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4월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다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몰수하기 위한 미국내 사법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이 선박은 수 개월 동안의 국제 당국 간 협의를 거쳐 현재 미국령 사모아로 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미 해양경비대의 협조하에 미국 영해에 접근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미 정부의 북한 선박 압류 이송 및 소송 발표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직후 나온 만큼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WP는 "이번 발표는 북한이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지 불과 몇 시간만에 나온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극찬하는 발언을 해왔지만 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그동안의 대북 제재가 대상 개인과 기관을 지정하는 형태의 다소 소극적인 조치였던 것과 달리 이번 조치는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행동 조치에 나선 것이어서 북한을 향한 압박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해상무역 봉쇄 의지를 국제사회에 다시금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북한이 국제 무역 대부분을 해운 물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상무역은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서 북한 항구를 다녀온 선박은 물론 북한에 기항한 선박과 물건을 바꿔 실은 선박까지 미국 입항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해상무역 봉쇄에 주력했다.
그러나 북한은 석유와 석탄을 해상에서 선박 간 '바꿔치기'(환적) 방식으로 제재망을 피해갔다.
미국으로 이송 중인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지난해 3월 북한 남포에서 석탄을 싣고 출항했다가 다음 달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됐다. 배에는 북한산 석탄 2만5천500t이 실려있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1만7천t급으로 북한의 최대 벌크선 중 하나다. 미 법무부는 "북한의 송이무역회사의 자회사인 송이해운이 석탄을 수출하고 중장비를 수입하는데 이 선박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송이무역회사는 2017년 6월 미 재무부의 독자 제재 대상에 지정했다. 법무부는 이 회사가 북한 인민군 산하로 보고 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입·출항 경로가 포착되지 않기 위해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가동하지 않고 운항했으며, 여러 해 동안 러시아산 석탄을 북한에 운송하는 데도 사용됐다. 인도네시아 억류 당시 승선한 북한 선원들은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운송 계약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북한대사관에서 이뤄졌다. WP는 "한 북한 인사가 인도네시아인 사업가와 2018년 화물 운송 계약을 했고, 미국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를 통해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송이해운 대표 중 한 명인 권철남이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개보수와 장비 구매, 서비스 비용을 미국 달러화로 지불했다"며 "총 75만 달러 이상이 2017년 3월 선적된 석탄과 관련해 미국 금융기관 계좌를 통해 송금됐다"고 말했다.
미 당국은 그동안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넘겨받아 재판에 넘기기 위해 인도네시아 측과 협의를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 인사는 "미국은 미국 내 사법절차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의 협력하에 이 선박을 인계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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