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 총기소유 허용 확대…정치권·시민사회 논란
하원 "합헌성 따질 것"…시민단체 "총기 소유 늘면 폭력범죄 증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총기 소유 허용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7일 20개 직종에 대해 '일정한 조건에서'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으며, 이후 총기 소유 증가로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개 직종에는 정치인과 사건 현장을 취재하는 언론인, 변호사, 교도관, 트럭운전사, 농촌 거주자 등이 포함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총기 소유 허용범위를 확대한 데 대해 정부 안에서도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지난해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것일 뿐 공공치안 정책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헌법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대통령령의 합헌성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 정당들은 대통령령의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해 연방대법원에 즉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비정부기구(NGO) 단체는 "이번 조치가 그대로 시행되면 1천900여만명이 총기를 쉽게 갖게 될 것"이라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공공치안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정부는 총기에 대한 접근이 쉬워질수록 폭력범죄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월에는 총기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법령은 총기의 등록과 소유, 판매 등에 대한 규제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국민은 자신의 안전을 위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어권을 가져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여론은 보우소나루 정부의 생각과 다르게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지난해 말 조사에서 총기 소유에 대한 의견은 반대 61%, 찬성 37%, 무응답 2%로 나왔다.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반대 55%, 찬성 41%, 무응답 4%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이른바 '총기 소유 자유화'에 반대 의견이 더욱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브라질 연방경찰에 공식 등록된 개인 소유 총기는 2004년 3천 정에서 2017년에는 3만3천 정으로 늘었다. 2015년에는 3만6천300정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0만 명 당 총기 사망자는 1996년 24.78명에서 2003년 29.13명으로 증가했다가 총기 소유 규제법 발효 이후 2007년에는 25.46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치안이 악화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6년에는 29.74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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