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李·朴 재판·수감에 "가슴아프다"…사면발언은 자제
"재판 확정 이전에 사면 말할 수 없다" 원칙론 일관…정치적 논란 경계한듯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슬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감 및 재판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사면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론으로 일관하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삼갔다.
야권 지지자 일각을 중심으로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사면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언급을 내놓을 경우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출연한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우선은 "하아" 하며 숨을 가다듬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답변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일단 박근혜 이명박 두 분 전 대통령이 지금 처한 상황…한 분(이 전 대통령)은 보석상태이지만 재판을 받고 있고, 한 분(박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 제 전임자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크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전직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보며 느낀 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셈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재판(최종선고)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 원칙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거듭 '대법 판결 이후에 생각해보겠다는 뜻인가'라고 재차 물었으나 "어쨌든 재판 확정 이전에 사면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비슷한 답변만 내놨다.
최종 판결을 받지 않은 사람은 사면대상에 오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철저히 법리적인 원칙에 충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지금은 사면을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는 메시지인 만큼, 사실상 사면에 부정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면론에 대한 긍정·부정 한쪽을 명확하게 언급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를 두고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예민한 답변에 대해 언급을 자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특정한 입장을 밝힐 경우, 여야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충돌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정농단 진상규명 및 청산 등에 대해 의견 대립이 표출될 경우 협치 등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담에서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에 대해) 빨리 사실 여부를 규명하고 청산하면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는 기본적인 방향에 공감대가 있다면 협치가 수월할 텐데, 국정농단과 사법 농단을 바라보는 시각과 입장이 달라 협치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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