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력시위에 북핵 협상판 흔들리나…韓美 대응 주목
닷새 만에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또 발사…靑 "매우 우려"
美 설정 '레드라인'은 안넘은 듯…유엔 금지한 '탄도미사일'에 대응여부 촉각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이 9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쏘면서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어렵게 동력을 유지해오던 북핵 협상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4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을 때만 해도 이를 '미사일'로 규정하지 않는 등 상황을 관리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북한이 당시 사실상 '도발'로 여겨질 수 있는 무력시위를 했음에도 한국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고 미국 정부가 이를 지지한 것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됐다.
그런데, 북한이 이에 호응하기는커녕 불과 닷새 만에 수위를 높여 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또 쏘면서 한미 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입장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번 발사도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4일 발사체와 관련,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며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인식대로라면 단거리 미사일도 미국이 설정한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강경 대응하면서 북한에만 유연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미는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주재하는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등을 통해 이번 발사에 대한 대응 방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대북식량지원과 북미대화 재개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로 '상황 관리'로 논의의 초점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비건 대표는 워킹그룹 외에도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과 만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및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예방할 예정이어서 이런 자리에서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북한의 이날 발사체는 단거리이긴 하지만 대북제재 결의로 금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사거리와 관계없이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은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의 정밀 분석이 먼저인 것 같다"면서 "대응 방향은 그 이후에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간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했을 때는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고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과 묶어서 규탄성명을 내는 정도로 대응했다.
이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내포된 위협 수준이 기존의 평화 질서를 해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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