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체제 비판해 8개월 옥살이…46년만에 무죄
법원 "계엄 포고령은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1972년 박정희 정부 당시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옥살이를 한 남성이 재심을 통해 4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1부(심준보 부장판사)는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유포한 혐의(포고령 위반)로 유죄판결을 받은 A(73) 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20대 중반이던 1972년 11월 12일 충남 연기군 노상에서 "초등학생들을 강제로 동원해 강연하는 게 무슨 민주주의냐. 곧 암살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충남북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는 당시 계엄법과 계엄 포고령을 위반했다며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육군고등군법회의는 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확정됐다.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1972년 10월 17일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옛 계엄법 13조는 군사상 필요할 때 체포·구금·수색·언론·출판·집회 등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근거해 당시 계엄사령관은 같은 날 '정치 활동 목적의 모든 옥내외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정치 활동 이외의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영장 없이 수색·구속한다'는 포고령 1호를 공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박정희 정부가 내린 비상계엄 포고령은 계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A 씨는 지난 3월 이 사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계엄 포고령은 옛 헌법과 현 헌법, 옛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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