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병천 교수, '복제견 메이' 승인 없이 실험"(종합)
동물실험윤리위 조사…"수의학적 관리 미흡, 동물학대는 확인 안 돼"
비글구조네트워크 "이 교수-농림축산검역본부 유착"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실험 중 폐사한 복제견 '메이'에 대한 동물보호법 위반 의혹을 받는 이병천 서울대 교수가 승인된 동물실험계획서와 다른 내용으로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부터 이 교수 관련 의혹을 조사한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윤리위원회) 산하 조사위원회는 "동물실험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실험이 이뤄졌고, 해당 복제견 실험 반입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9일 밝혔다.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 교수 연구팀은 농림축산검역검사본부에서 데려온 메이 등 복제견 3마리를 실험한다는 사실을 서울대에 제출한 동물실험계획서에 담지 않았다.
이 교수가 윤리위원회의 승인 없이 메이 등 복제견을 실험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 교수가 실험 내용을 의도적으로 계획서에서 누락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후 사정 당국 수사에서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위원회는 이 교수가 메이에 대한 수의학적 관리 역시 소홀히 했다고도 지적했다.
조사위는 "복제견 관리를 전적으로 사육관리사의 보고에만 의존하고, 실제 개체 확인이나 적극적인 조치는 없었다"며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수의학적 조치를 하지 않아 폐사에 이르게 한 점에서 연구자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험 대상으로 금지된 사역견을 실험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판단을 정부 기관으로 넘겼다.
조사위는 "서울대에 이관된 복제견 3마리는 실제 마약탐지 활동을 하는 운영견이 아닌 예비견"이라며 "동물보호법상 사역견에 해당하는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조사위는 "연구팀의 기록과 면담을 확인한 결과 이 교수의 동물학대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실험계획서와 상이한 내용에 대해 승인을 받지 않은 점, 수의학적 관리가 철저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서울대 연구운영위원회에 검토 및 처분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윤리위 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 교수와 관련한 사정당국의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이날 오후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 출석해 "서울대 설명과 달리 메이는 예비견이 아니라 운영견"이라며 "검역본부와 이 교수 연구팀이 혐의를 벗기 위해 입을 맞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 대표는 "예비견도 언제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의 엄연한 사역견"이라며 "메이가 사역견이 아니면 농림축산식품부의 애완견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교수 연구사업이 연구결과 평가기관인 검역본부와 유착돼 있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
유 대표는 "검역본부는 이 교수 연구팀이 복제한 검역 탐지견 25마리의 성과를 유리하게 평가해 연구 성과를 만들어줬다"며 "이 교수 연구팀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수주한 총 42억원 규모의 연구사업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농림부가 조사를 시작하자 검역본부 내에서는 이를 감추기 위한 은폐와 조작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농림부는 공정한 조사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 교수 연구팀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은퇴한 검역 탐지견을 실험하고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 단체는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한 동물은 동물실험이 금지돼 있지만, 이 교수는 '스마트 탐지견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은퇴 탐지견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동물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22일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서울대는 논란이 일자 이 교수의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를 중단시키고 이 교수의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직 직무도 정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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