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무마' 금 기념패 전달 시도 유치원 이사장 집행유예
재판부 "모범 돼야 할 성직자가 범행…인생의 쉼표 찍을 시간 필요" 이례적 충고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교육청 감사를 무마하려고 감사관에게 '금 기념패'를 전달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치원 이사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이사장은 "감사 무마 대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성직자면서 교육 사업을 하는데 모범이 되지 않았다"며 "너무 앞만 보고 살아 인생에 쉼표를 찍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례적으로 충고했다.
의정부지법 형사8단독 강우진 판사는 9일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이사장 곽모(62)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207만원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곽씨는 2016년 4월 당시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이던 김거성 씨가 다니는 교회로 207만원 상당의 금 기념패를 택배로 보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김씨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교회 무급 담임 목사로 취임했다.
택배기사는 교회에 아무도 없자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골드바가 도착했으나 직접 받아야 한다"고 전했고, 김씨는 발송인이 모르는 이름이어서 돌려보냈다.
이로부터 두 달 뒤 사립유치원 감사가 시작됐고, 김씨는 4개 유치원을 운영 중인 곽씨를 감사 대상 명단에서 확인했다.
곽씨는 검찰에서 "택배는 감사 무마 대가가 아니고 목사 취임을 축하하는 기념패"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기념패를 감사 무마 대가의 뇌물로 판단, 지난 3월 곽씨를 구속했다.
검찰 조사결과 곽씨는 김씨와 같은 부서에 있던 또 다른 감사관에게도 5억원을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치원들은 2015년 하반기부터 수차례 지도점검을 받았고 민원도 빈발했다"며 "교육청의 특정 감사 대상에 포함됐고 감사관과 친분을 쌓고자 식사하자는 문자를 수차례 보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 행위의 불가 매수성을 침해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다만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피고인과 감사관이 나눈 대화의 녹취록을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피고인이 너무 앞만 보고 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피고인은 성직자이면서 교육 사업을 해 모범이 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생의 쉼표를 찍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사립유치원 이사장의 '골드바(금괴) 배달' 의혹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골드바는 기념패 제작업체 상호이며 택배기사가 전달하는 과정에서 금괴로 와전된 것으로 검찰은 결론 내렸다.
한편 곽씨는 유치원 운영비 2억원가량을 외제 차 보험료 납부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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