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시위대, 권력이양 미적거리는 군부에 '불복종운동' 경고
군부, 야권 민주 정부 구성안에 애매한 반응…미국도 군부 압박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권력 이양 문제를 두고 한 달째 군부와 대립 중인 아프리카 수단 반정부 시위대가 8일(현지시간) 전국적인 시민 불복종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권이 제시한 민정 이양 방안에 대해 애매한 반응을 보이는 군부를 더욱 강력하게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위 지도자 칼리드 오마르 유세프는 기자들에게 "(주요 야권 및 시민운동가 연합체인) '자유와 변화를 위한 연합'(AFC)의 제안에 대한 군부의 답변은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세속주의 정부 구성을 지향하는 AFC는 지난주 과도 군사위원회에 행정·사법부를 포함한 민주 정부 구성안을 제시하고, 쿠데타 주역들인 장군들이 물러난 뒤 수단을 통치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군사위원회는 이 제안에 대체로 동의한다면서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많다는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유세프는 이처럼 애매한 반응을 보이는 군부에 대해 압박강화 수단(escalatory measure)이 필요하다며 "연좌 농성을 계속하면서, 전국적인 시민 불복종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연합체를 비롯한 반정부 시위대는 이슬람 관습법인 샤리아를 입법의 근간으로 삼을 것인지, 과도정부 운영 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 다양한 의제를 두고 군부와 이견을 표출해왔다.
군부는 시위대와의 교착 상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6개월 내로 선거를 시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시위대는 군부 측의 선거 제안이 "정권을 합법화하기 위한 술책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몰락한 전 정권의 인사들이 선거를 통해 복귀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군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8일 압델 파타 부르한 수단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과 통화에서 시위대와 합의를 종용했다.
국무부에 따르면 설리번 부장관은 수단 국민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미래에 대한 열망을 지지한다면서, 신속한 문민 과도정부의 구성과 야당 연합체를 비롯한 시위대와 합의를 주문했다.
수단 군부는 앞서 지난달 11일 쿠데타를 일으켜 반정부 시위로 몰락 위기에 처한 바시르 전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를 마감했다.
이후 과도군사위는 2년 안에 권력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대는 즉각적인 문민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수도 하르툼의 국방부 주변에서 연좌 농성을 계속하며 맞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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