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벌판으로 난민 추방한 헝가리…유엔 "국제법 위반' 규탄

입력 2019-05-09 10:57
야밤에 벌판으로 난민 추방한 헝가리…유엔 "국제법 위반' 규탄

아프간 난민 11명 야밤에 세르비아로 쫓겨나…아이·임신부도 포함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헝가리에 있던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가족들이 야밤에 세르비아로 전격 추방된 것과 관련해 유엔이 국제법 위반을 언급하며 헝가리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들을 야간에 강압적으로 추방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며 명백한 국제법 및 유럽연합(EU)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UNHCR은 헝가리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나라를 거쳐서 온 난민의 경우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현지 법 조항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헝가리 당국은 7일 밤 아프가니스탄 난민 두 가족을 세르비아 쪽으로 추방했다. 이들은 헝가리 측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추방된 이들은 총 11명으로, 이 가운데는 3명의 어린이와 임신 5개월인 여성도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들이 추방될 때 UNHCR 직원 몇 명 외에 세르비아 국경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난민을 한밤중에 국경 지대 벌판으로 추방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들은 현재 세르비아 국경도시 수보티차에 설치한 난민 캠프의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가족과 함께 추방된 모하마드 아랍(16)은 "헝가리 당국이 우리를 인간이 아니라 동물인 것처럼 대했다"면서 "그들은 내 엄마가 임신 중이라는 점도 신경 쓰지 않았고 인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비난했다.

총 5명인 아랍의 가족은 터키, 그리스, 북마케도니아 등을 전전한 뒤 세르비아에서 2년 이상 생활하며 헝가리의 난민 지위 인정과 현지 정착 생활을 꿈꿨으나 갑작스러운 '야간 추방'으로 물거품이 됐다.

헝가리의 난민 관련 법은 출신 국가와 관계없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다른 나라를 거쳐왔을 경우 난민 신청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세르비아 등에서 머물다 온 난민은 사실상 지위를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대표는 "헝가리 정부가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이들의 호소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자국 영토에서 추방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 두 가족 외에 5명의 다른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도 추방하려 했으나 난민들에게 법률 지원을 하는 헬싱키위원회 측이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해 잠정 보류됐다.

이들은 헝가리-세르비아 국경지대의 환송 구역(transit zone)에 수용돼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난민'을 기치로 내걸고 작년 4월 총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우파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EU의 난민 수용 정책을 거부하며 반난민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헝가리 당국은 난민 신청이 거부된 이들에게 음식마저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져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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