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명 도서전, 네오파시즘 출판사 참여 놓고 '시끌'
9일 개막 토리노 국제도서전에 불참 선언 잇따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북서부의 도시 토리노에서 열리는 명성 높은 국제 도서전이 네오파시즘을 표방하는 출판사의 참여를 놓고 논란에 휘말렸다.
8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오는 9일 토리노 링고토 전시장에서 개막하는 토리노 국제도서전에 네오파시즘 성향의 출판사 '알타포르테'가 참가하는 게 알려지자 다른 출판사들과 유명 작가들이 전시회 불참을 선언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폴란드 크라쿠프에 자리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성명을 내고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초래한 역사적인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파시스트 사상 부활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한 자리에 있게 할 수는 없다"며 알타포르테가 부스를 차리는 이상 토리노 도서전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은 출판사를 거느리고 있는 이 박물관은 전시회 기간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작가인 할리나 비렌바움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 계획이었다.
에세이 작가 카를로 긴스부르그 등 저명 작가들도 알타포르테의 참가에 항의하기 위해 도서전을 보이콧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도서전 조직위원회는 이런 반응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이탈리아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알타포르테는 파시즘과 관련된 범죄로 기소된 전력이 없기 때문에 도서전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무솔리니의 저서 등 파시즘 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최근에는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와의 인터뷰를 책으로 내놓아 눈길을 끈 알타포르테 측은 이런 논란에 대해 "2차대전 때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의 진실성에 대해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출판사의 프란체스코 폴라키(33) 대표는 그러면서도 "이탈리아의 진정한 문제는 파시즘이 아니라 반(反)파시즘"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카사파운드' 소속인 폴라키 대표는 자신이 파시스트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정치인은 베니토 무솔리니라고도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알타포르테의 참가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도서전 불참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편에서는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서는 오히려 도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탈리아 유명 작가인 미켈라 무르지아는 "이탈리아의 가장 중요한 도서전이 파시스트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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