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다닌 길이 사라졌다"…여수시 졸속 도로행정 '물의'
주민들 "원상복구 해야"…여수시 "용도폐지 과정서 주민 의견 수렴 미흡"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여수시가 주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50년간 이용하던 마을 길을 용도 폐지해 물의를 빚고 있다.
9일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월 5일 한 업체가 여수시 국동에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는다며 국유재산 용도 폐지를 신청했다.
여수시는 현장 확인을 거쳐 8일만에 40여m에 이르는 마을 길을 용도 폐지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1월 건축허가를 받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갔다.
길이 용도 폐지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은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원상복구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여수시가 용도 폐지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최상길 대책위원장은 "1월쯤, 길에 담을 치고 있어서 그때야 마을 길이 용도 폐지 된 것을 알았다"며 "주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갑자기 길이 없어져 가까운 길도 멀리 돌아가야 해 도로를 원상 복구해줄 것을 시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상우 여수시의원도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미흡했다"며 행정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최근 시정질의에서 "국유재산 도로 용도 폐지 신청에서부터 신청인에게 용도 폐지 결정을 알려주기까지 단 8일이 소요됐다며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며 "국유재산관리규정을 무시하고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아 용도 폐지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여수시는 해당 도로의 용도 폐지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주민의 의견 수렴은 미흡했다고 시인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국동사무소에 주민 불편 사항이 없는지 협의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용도 폐지를 해줬다"며 "직접적인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해관계인의 동의가 필요해 도로에 인접한 소유자의 동의는 받았지만,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의 의견은 법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여수시 감사담당관실은 8일 오후 국동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등 현장 조사에 나섰다.
감사담당관실은 용도폐지 과정이 절차상 적절했는지,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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